◆ 스튜어드십 코드 논쟁 ◆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기관투자가가 사회적 책임투자를 실시하기 위해 제정하는 일종의 원칙 또는 행동 지침을 가리킨다. 영국에서 2010년 처음 도입됐고 현재 일본, 호주, 인도 등 전 세계 20여 개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말부터 금융위원회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같은 관(官) 주도하에 논의되기 시작됐다.
기관투자가가 투자 대상 기업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고 주주총회 등에서 어떤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기본적 원칙을 담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도 발표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모두 15개 자산운용사가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절대적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때문이다. 애초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성패는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이 많았다. 국민연금이 뛰어들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나머지 연기금과 이들로부터 자금을 위탁받는 자산운용사가 연쇄적으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외에서 운용하는 자금이 600조원을 넘고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경영 참여를 할 수 있는 국내 상장사만 270여 곳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이른바 '착한 투자'에 대대적으로 돌입하면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절대적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자칫 정부에 의한 경영 간섭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앞서 매일경제신문은 국민연금 측의 스튜어드십 코드 용역 중간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 스스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큰 기업을 추려 '포커스 리스트(중점관리기업 명단)'를 만들고 일대일 대화를 통해 개선을 요구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문제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를 기업 측에 추천하고 나아가 주주대표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까지 추진한다는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이 담겼다. 파장이 커지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더라도 범위나 대상은 아주 제한적으로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지,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해명이었다. 도입 시기도 일러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금 이사장과 운용책임자(CIO) 인선, 의사 결정 과정 등이 사실상 정부 지배하에 있고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형태는 매우 드물다. 가장 유사한 일본공적연금(GPIF)은 자국 주식의 경우 전량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하며 의결권도 함께 위임한다. 원천적으로 정부의 경영 간섭 논란을 배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국민연금보다 규모가 큰 노르웨이정부연금펀드(GPFG)는 비윤리적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다만 국민연금과 다른 점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금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 보다 개방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찬성 측만 주로 참여하는 일회성 공청회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