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화폐 손떼는 은행 / 은행권 가상화폐 계좌 폐지 추진…향후 파장은 ◆
가상화폐는 국경이 없다. 국내 거래소가 폐쇄돼도 투자자는 해외 거래소로 가상화폐를 옮겨 계속 거래할 수 있다. 현재 빗썸과 업비트 등 대다수 국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로 가상화폐 이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절차는 크게 어렵지 않다. 해외 거래소 계정은 실명제가 의무화된 국내 거래소와 달리 공인인증서 등 별도 조치 없이도 구글 계정 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5~10분 안에 만들 수 있다. 전자지갑 발급은 무료다. 이미 거래소 업계에서는 작년 12월 말부터 국내 자금이 바이낸스, 코인익스체인지 등 해외 거래소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분석한다. 통계분석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거래소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말 국내 주요 거래소 이용자는 12월 초 대비 10% 이상 급감했다. 대표적으로 빗썸의 12월 마지막 주 이용자는 전주 대비 10% 감소한 150만명에 그쳤고, 업비트 역시 10만여 명 감소한 116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가상화폐 난민이 가장 많이 찾는 정착지는 홍콩 내에 위치한 바이낸스 거래소다. 바이낸스는 이메일 인증 하나로 가입이 간편하다. 가입 절차가 한국어로 안내돼 있다. 해외 거래소는 계좌이체가 아닌 카드를 통해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카드 거래를 막는 움직임이 있어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은 최근 국내 투자자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할 수 없도록 신용·체크카드 거래를 모두 중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 발맞춰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것이며 상호 등을 통해 해외 거래소로 특정되면 거래를 진행할 수 없도록 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거래 중지 시점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다. 통상 해외 거래소가 국내 거래소보다 비트코인 시세가 낮기 때문이다. 즉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에 존재하는 김치프리미엄이다. 따라서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옮긴 뒤 되팔 때 최소 20% 가까이 손해를 봐야 한다. 가상화폐 투자자 A씨는 "혹시나 갑작스러운 강제 셧다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거래소를 옮겼다"면서 "당장 되팔 계획은 없지만 환산 가능 자산이 수백만 원 이상 줄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 외 방법도 있다. 거래소 폐쇄 시 장외에서 개인 간 거래(P2P)가 활성화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거래소를 폐쇄한 중국 정부도 P2P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중국 거래소 OK코인과 후오비 등은 지난해 10월 말 홍콩으로 본사를 옮겨 P2P 방식 장외 거래소를 최근 만들었다. 거래소가 플랫폼을 제공하면 중국인들은 그곳에서 서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사고판다.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거래소 폐쇄 외 P2P 거래는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국내도 비슷한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P2P 방식으로 거래되면 자금 추적이 어려워진다. 마약, 도박 등 불법자금의 세탁 통로가 될 수 있다. 거래 기록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 거래소의 해외 이전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 영업이 불가능해지면 이미 몸집이 커진 국내 업체들은 해외로 바로 이전해 영업할 것"이라면서 "정부 입장에선 세수만 주는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대다수 거래소는 폐쇄안을 발표한 즉시 해외로 자리를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국내서도 빅3 거래소인 빗썸, 코인원, 코빗은 해외 사업부를 구축하고 해외 거
그러나 해외로 서버까지 이전할 경우 국내 서버를 이용할 때보다 거래 처리 속도가 소폭 더뎌질 수밖에 없다. 또 해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정부의 즉각적인 조사나 지원이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