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채무자 감치제도'를 남발하면서 매년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빚 갚을 돈이 없어 구치소에 감치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권에서 구치소 감치의 사전 작업인 '재산명시 신청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C카드를 포함한 국내 7개 카드사에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집행한 재산명시 신청건수는 2만434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부업체(333건) 대비로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카드사가 대부업체보다 더 악랄한 방법으로 채무 독촉을 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카드업권의 재산명시 신청건수는 저축은행(558건), 은행권(4770)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카드사 중 업계 1위인 신한카드에서 재산명시 신청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1만8557건으로 금융권 총 재산명시 신청건수의 72% 이상을 차지했다. 금융권에서 신청한 재산명시 신청 10건중 7건이 신한카드인 셈이다.
다른 카드사의 경우 삼성카드 920건, KB국민카드 454건, 롯데카드 2081건, 하나카드 900건, 우리카드 1428건으로 드러났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악성 채무자를 가려내기 위해 재산명시 신청을 한 것"이라며 "채무자를 구치소에 감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행 민사집행법상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재산명시를 신청할 수 있고 채무자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대 20일까지 감치될 수 있다. 감치제도가 도입될 당시 목적은 재산명시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빚을 갚을 여력이 있음에도 갚지 않는 악성 채무자들의 상환을 촉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금융사들이 대량의 채권을 추심하고 시효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간편한 재산명시 신청을 남발하면서 생계로 인해 일용직 노동자나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 등 영세한 채무자들이 감치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단순히 돈을 제때에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행범처럼 잡아가는 재산명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무자 감치제도는 도입 당시의 목적과 달리 금융사들이 제도이용을 남발함에 따라 이 땅의 수많은 채무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을 벼랑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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