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래 예탁원 사장 "삼성전자 액면분할 `무정차 거래` 가능성 희박해"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21일 "삼성전자 액면분할에 대해 거래정지 없이 상장하는 '무정차 거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날 이병래 사장은 여의도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정지기간 없는 재상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시장 혼란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지 기간을 단축하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태스크포스(TF)에서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하겠지만 무정차 거래는 제도적·기술적 제약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한국거래소나 TF도 같은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액면분할 등이 결정되면 예탁결제원이 구주를 접수해 주주명부 폐쇄, 등기신청, 주권교부 전 상장신청, 주주명부 확정, 주권 교부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만 최소 10거래일 이상이 필요하다.
액면분할이 결정되면 일정 기간 매매가 정지된 후 재상장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장주 삼성전자의 거래정지로 인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정지 없이 재상장하는 '무정차 거래'까지 언급하고 있다.
시총 비율이 20%가 넘어가는 삼성전자 주식의 매매 정지 기간이 길어지면 유동성은 줄어들고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포함된 상장지수펀드(ETF) 80여 개, 현·선물거래에도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액면분할 결정 공시를 통해 다음 달 23일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15일 까지 약 3주간 매매가 정지된다고 알렸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공시는 유관 기관의 자문 없이 올린 것으로 삼성 측이 공시한 거래정지 기간은 자체적으로 날짜를 넉넉하게 잡고 올린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한도에서 가장 빠르게 액면분할 재상장을 진행한다면 10거래일 정도 소요된다"고 예상했다.
이병래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관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실명제 시행 전후로 삼성그룹 계열사와 관계사의 실질적인 주주명부를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요구받은 자료에 대해 확인 과정을 거쳐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