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직전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1067억원 규모의 배당주 펀드를 매입했다. 이전까지 배당주 펀드는 환매 기조가 강했다. 직전 두 달간 배당주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9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달 5일과 8일 두 번에 걸쳐 미국 뉴욕증시 다우산업지수가 전일 대비 4%포인트 급락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두 번에 걸친 증시 쇼크가 개인투자자의 펀드 선택 기준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각광받은 펀드 유형은 단연 '중소형주 펀드'였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살리기에 나서자 중소형주가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지난달 8일까지 40여 일간 중소형주 펀드 약 3500억원어치를 집중 매입했다. 하지만 이후 한 달간 중소형주 펀드 설정액은 고작 10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소형주 펀드를 사들이던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배당주 펀드로 타깃을 옮긴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주 펀드에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아 고평가된 주식도 상당수 섞여 있는 게 사실"이라며 "증시가 또 변덕을 부려 지수가 하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마이다스뉴베스트트리오펀드가 지난 한 달간 2.2%의 수익률을 기록해 변동성 장세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등 성장성과 배당 성향이 겸비된 주식에 주로 베팅해 성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주당 16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주당 6400원의 기말배당을 결의한 바 있다. 배당금 총액은 745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개월 수익률 1.74%를 기록 중인 마이다스블루칩배당펀드는 우선주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우선주는 본주에 비해 시가로 환산한 배당수익률이 높은 경향이 있어 본주 대비 변동성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흥국배당성장펀드, DB진주찾기고배당펀드, 유진챔피언배당주펀드, IBK업코리아펀드 등도 한 달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DB진주찾기고배당펀드는 메리츠종금증권, SK텔레콤, 롯데케미칼, 대신증권 등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성과를 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대신증권은 최근 배당금 총액을 각각 1288억원, 446억원으로 공시한 바 있다. 대신증권은 20년 연속 현금 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배당주다. 메리츠종금증권 시가배당률은 4%를 훌쩍 넘어 은행 금리 대비 투자 매력이 있다.
한편 미국 증시 급락 이후 한 달간 펀드에 쏠리는 투자심리는 한풀 꺾인 것으로 관측됐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한 달간 펀드 투자에 들인 돈은 4661억원 규모다. 직전 두 달 펀드 투자액(3조6298억원)과 비교해 액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개인투자자들이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 위주로 조심스러운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한다. 미국 증시가 급락한 이후 글로벌 증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두 차례에 걸친 '증시 쇼크'가 투자자에게 심은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라는 얘기다.
실제 연초 이후 꾸준히 환매 우위 기조였던 초단기채권에 최근 한 달간 1572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오는 등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 관점이 보수적으로 돌변한 지표가 속속 관측되고 있다. 방망이를 짧게 쥐고 목표한 수익만 먹고 나오는 목표전환형 펀드에 한 달간 3851억원이 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