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고 모아저축은행 회장이 지난 8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최고지향·정도경영·변화혁신` 경영철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김상고 모아저축은행 회장(75)의 인생철학이다. 김 회장은 평생 '소처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한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실천해왔다. 전남 장성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6·25전쟁 때 부모를 모두 여의고 고생길을 걸었던 그가 인천·경기 지역 최대 규모의 저축은행을 키워낸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김 회장은 지난 5일 '제52회 납세자의 날'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소감을 묻자 모든 공을 고객과 임직원에게 돌렸다. "그동안 지켜온 '최고지향·정도경영·변화혁신' 철학을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 기쁘다"며 "임직원 모두가 이 같은 경영철학을 잘 실천해준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김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 금융계를 뒤흔든 시련의 시기를 내공을 쌓고 실력을 단련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다.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마음가짐을 묻자 "어려움 없이 그냥 이뤄지는 세상일은 없다"고 답했다. 올바른 길로만 간다는 신념을 고수하는 일은 어렵고 불편했지만 결국은 "통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에게는 여전히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 모아저축은행의 자본금을 더욱 확충하고 내실을 다져 인천·경기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은행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지난해 창립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고객 없이는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고객에게 정중하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모아저축은행은 이제 인천 최대 규모 저축은행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조7300억원, 수신 1조5200억원, 여신 1조4400억원 규모다. 앞으로 경인 지역 최고의 금융사로서 역량을 갖춰 지방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해보는 것이 꿈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저축은행에서 지방은행으로의 전환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나.
▷역량이 안 되는데 억지로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한다. 우선 현재 1600억원대 규모인 자기자본을 안정적으로 증대해 2022년 3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5개인 지점 수도 늘려야 한다. 다음달 개점할 수원지점을 거점으로 동탄·화성·평택 등 경기 남부권의 영업망을 확충할 예정이다. 직원 역량도 강화해 내부 시스템과 재무구조를 강화하려고 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잘 해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
―수도권 지방은행이던 경기은행이 1997년 IMF사태 직후 사라졌는데.
―최고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저축은행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데.
▷물론 이런 조치가 저축은행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정 최고이자율 인하나 가계대출 규제, 기준금리 인상 등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됐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모아저축은행은 물론이고 전국 79개 저축은행도 대비해왔을 것이다.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인 서민과 자영업자의 금융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고, 업계도 고객과 함께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돌파구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틈새시장 개척이 답이다. 거액 여신을 취급해 당장 매달 이자수익을 낸다면 급속 성장은 할 수 있겠지만 과욕에 그칠 뿐이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직전 많은 저축은행이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집중해 높은 수익을 올릴 때 모아저축은행은 '영업 트렌드를 못 읽는다'는 오명을 들어가면서도 깊이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 원칙 덕분에 저축은행 사태에서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었다. 유혹을 이겨내고 철저히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나.
▷경영진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여신심사위원회를 운영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5억원 넘는 담보대출이나 5000만원 넘는 신용대출 때는 반드시 담당 심사역이 현장실사와 차주 면담을 거치고, 총 세 차례에 걸쳐 회의·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최종 승인권을 가진 대표이사라도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고, 심사 과정에는 절대 개입할 수 없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다각화시켜둔 점도 특징이다. 시중은행이 받아주지 않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을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다. 정책자금 대출, 부동산 대출, 운송사업자 대출, 어린이집 대출 등이다.
―과거 저축은행업계는 '고금리 장사'로 지탄을 받기도 했는데 중금리 상품 개발에는 진전이 있나.
▷우선 '포용적 금융'이라는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햇살론·사잇돌 대출 같은 서민금융 상품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모아저축은행의 핵심 역량을 총동원해 신용평가 및 업무 지원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 중금리 대출 상품의 리스크 관리와 연체율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자부한다. 조만간 저소득·저신용 고객이라도 합리적인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일 것이다. 이자를 성실하게 납부하는 고객에 대한 금리 인하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계의 자정 노력도 계속돼왔는데.
▷일부 저축은행의 무리한 영업으로 모범적으로 경영해온 저축은행들마저 고객의 불신을 받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지금은 부실 저축은행들이 구조조정으로 사라졌고, 남아 있는 저축은행 79곳이 예금 보험료를 분담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서민과 자영업자가 장기간 짊어져온 채무 부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업권 전체적으로 4063억원 규모 부실채권을 소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1사 1교 자매결연을 맺어 청소년층 금융 교육에 동참하고 있고, 고령층에 대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 적극 실천 "이익 사회환원은 기업가로서 당연"
―직원 복지에 유달리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 같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잘될수록 나도 대우를 받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믿음이 쌓이다 보니 경영자 입장에서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직원들 얼굴만 봐도 마음을 잘 감지해야 한다. 나와 마주쳤는데 직원 표정이 어둡다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 불만이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지 않나. 현재 복리후생 차원에서 제공하는 가족의료비 지원, 보육비·대학등록금 지원, 체력단련비와 동호회 지원금 등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본점의 지하 구내식당을 두고 새 식당을 짓는다고.
▷회사 맞은편에 카페테리아 '웰빙 샘터'를 5월 중 완공할 예정이다. 직원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하며 소통하고 화합해야 상생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 아침밥은 거르더라도 커피는 꼭 마시는 젊은 직원들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 건강한 식단과 식후 커피까지 제공하도록 신경 썼다.
―지난해 창립한 이래 최대 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올해 계획은.
▷지난 한 해에만 신입사원 26명을 채용했다. 현재 전체 임직원이 200명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증가다. 올해에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20여 명을 공개 채용할 계획이다.
―모아저축은행의 인재상은.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저신용·저소득·무담보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저축은행의 특성상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과 판단력, 적극성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만나고 현장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고객 윤리를 중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입사 후에는 우수 직원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왔다고 들었다. 그동안 장학재단 설립을 통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 청소년 육성 사업, 불우이웃 돕기 등을 해온 계기와 보람을 말해달라.
▷기업가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말고도 오랫동안 선행을 베풀어온 훌륭한 기업가가 많다. 이번에 과분한 상을 받았는데 앞으로 더욱 열심히
■ 김상고 회장은…
△1943년 전남 장성 출생 △1991년 단국대 행정대학원 수료 △2000년 고려대 교육대학원 수료 △2001년 장성군민의 상 △2010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목련장 △2018년 납세자의 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상 △2012년~현재 모아저축은행 대표이사 회장
[대담 = 김대영 금융부장 / 정리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