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 '셀트리온 공매도 적법절차 준수 여부 조사 청원'이 올라온 뒤 16일 오후 2시까지 1만5897명이 이에 동의했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하도록 돼 있는 만큼 향후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원을 올린 소액주주는 "3월 8일 하루 셀트리온에 쏟아진 공매도 금액이 4500억원이 넘는데 이게 정상적인지 의문이 남는다"며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가 약 1400억원, 2위 SK하이닉스의 공매도 잔고가 약 4700억원인데 3위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는 4조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매도 옹호론자들은 공매도는 주가 과열을 진정시키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이를 능가하는 역기능이 심각하다"며 "대량으로 공매도를 치고 해당 기업 관련 악의적인 루머를 흘려서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시도하는 시장교란 행위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셀트리온"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고 코스피200에 특례 편입한다면 공매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본래 코스피 이전 상장 자체도 소액주주들이 이끌어낸 결과다. 앞서 지난해 8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공매도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1만건 이상의 이메일 동의서를 모아 사측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말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서 51.4%의 찬성률로 코스피 이전 상장 결의안이 통과됐다.
신영증권에서는 "코스피200 특례 편입에 따라 패시브 자금 유입 등 수급 개선 효과가 기대되고 공매도 억제 효과 또는 공매도 약세를 기대하는 투자심리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매도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해소됨에 따라 이전 상장 이후부터 주가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 이전 상장과 코스피200 특례 편입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 공매도 물량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코스피에 입성한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매일 5만주 이상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코스피200 편입 전날인 지난 8일에는 공매도 거래량이 139만7933주까지 급증했고 거래대금은 4851억원에 달했다. 하루 기준으로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공매도 잔고 또한 지난해 말 1조7448억원에서 지난 13일 3조283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주식을 빌려서 판 뒤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서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주가 안정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주가조작과 투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폐지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공매도를 이용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공매도 공시를 강화하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셀트리온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1500원(0.47%) 오른 32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200 편입을 앞두고 지난 5일 장중 39만2000원까지 뛰어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그 뒤로 주가는 약세를 그리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200 편입을 수급상 호재로 꼽았는데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오히려 셀트리온을 팔아치웠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1435억원, 529억원씩 셀트리온을 순매도했다.
앞으로도 셀트리온의 적정 가치 및 주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9일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고 나서 현대차와 포스코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지만 이에 대한 분석자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올 들어 셀트리온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3곳에 불과하고 이들이 제시한 적정 주가는 23만원에서 40만원까지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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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