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은행업지수는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연초까지만 해도 1000을 넘기며 승승장구했으나 최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들어 코스피는 3.4% 오르고, 코스닥지수는 2.9% 상승한 반면 KRX은행업지수는 2.3% 떨어진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 기조가 경기 부양책 중심에서 부채 구조조정 중심으로 변경되면서 은행의 이익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둔화될 전망"이라며 은행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증권사에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내놓는 것은 사실상 매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서 연구원은 정책 기조가 변하는 이유에 대해 "과다한 가계부채 수준이 궁극적으로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침체와 시스템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고, 부동산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 등이 나타나 부채 구조조정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 기대와 달리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현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수요를 제외하고는 대출 수요가 많지 않아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순이익 차이를 결정 짓는 변수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었다"며 "은행의 여신 성장을 부동산 관련 분야가 견인한 만큼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투자 수요를 억제하고, 이로 인해 은행의 여신 성장률과 이자이익 증가율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로 주택 가격이 하락 반전하면 은행의 대손비용은 상승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지주·우리은행·하나금융지주·기업은행 등 5대 은행그룹에서 주택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높은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신한지주·우리은행·하나금융지주·기업은행 등 5대 은행그룹의 작년 순이익 잠정치는 11조4475억원이다. 올해 순이익 추정치 컨센서스는 전년보다 5.2% 증가한 12조420억원 수준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이들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를 10조1720억원으로 전망해 전년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도 은행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1분기 NIM 상승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라며 "채용 비리와 관련한 금감원장 사임 여파 등 은행들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이 같은 이슈가 경영진 교체 등 지배구조 이슈로 번지면 지난해 10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사퇴 때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가 올라가므로 기업 환경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국 은행주는 미국 은행주와 흐름이 다를 수 있다"며 "미국은 규제 완화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그러한 흐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련 우려 등으로 당분간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 있으나 은행 실적 및 펀더멘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금리·
최 연구원도 "2~3월 주가 하락으로 은행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8배까지 하락해 가격 매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