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감사의견 거절·한정 또는 회계처리 규정 위반 등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파티게임즈, 지디, 우성아이비 등 줄잡아 16곳에 달한다. 이 밖에 행남자기와 이에스에이는 감사의견 '한정'을 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 가운데 감사 의견과 관련된 문제로 매매정지된 13개 종목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또 경남제약과 차이나하오란은 이미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에 올라 상장폐지냐 존속이냐 하는 갈림길에 놓였다. 최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강화되면서 회계법인들이 코스닥 기업에 대해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는 엔에스브이, 에스에스컴텍, 비엔씨컴퍼니, 신양오라컴 등 4개 종목이 감사의견 거절·한정 의견으로 결국 상장폐지됐다. 전체 코스닥 상장폐지 종목 수는 2015년 18개에서 2016년 13개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20개로 늘어났다. 올해는 3월 현재까지 썬코어, 위노바, 골든브릿지제3호스팩 등 10개 종목이 무더기로 상장폐지됐다.
코스닥시장에 감사보고서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차바이오텍 제넥신 등 일부 바이오기업은 외부감사인이 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지난해 실적을 뒤늦게 정정했다. 이 역시 회계기준 강화에 따른 조치지만 주가가 급락하고 말았다.
한때 유망 게임주로 꼽혔던 파티게임즈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014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파티게임즈는 누적 가입자가 2000만명에 이르는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커피' 이후 새로운 인기작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상장 3개월 만에 5만원 선을 돌파했던 주가는 불과 3년 새 5분의 1 토막이 났다. 지난 21일 1만600원에 장을 마친 뒤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로 인해 지금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따른 여파는 모회사인 모다에도 번졌다. 모다 또한 감사의견 적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거래소에서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거래가 중단됐다.
61년 전통의 경남제약은 회계처리 위반으로 검찰 고발을 당하고 상장폐지 기로에 서게 됐다. 경남제약은 국민 비타민C '레모나', 무좀약 '피엠'과 같은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경남제약은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에 올 들어 주가가 60% 이상 급등했고 지난달 22일에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상황이 급반전돼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경남제약에 대해 매출액과 매출채권을 허위계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고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여기에 현 경영진과 전임 회장 간 경영권 분쟁까지 이어지면서 경남제약의 거래가 언제쯤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상장폐지 칼바람은 중국 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1월 26일 차이나하오란은 매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자회사의 영업이 정지됐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주가가 13.8%나 올랐지만 하루 만에 거래정지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는 내부 검토 끝에 차이나하오란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3대째 생활도자기를 만들어 온 행남자기 또한 지난해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급락했다. 지난 21일 행남자기는 관계기업 등의 추가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결과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남자기 주가는 전일 대비 29.6% 떨어진 242원에 마감했다. 다음날 행남자기는 '한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종목별로 상장폐지 사유가 다양하고 이에 따른 상장적격성 심사가 여러 절차를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해당 종목의 공시를 통해 계속 안내되는 내용을 참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