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환율보고서 발표 임박 ◆
서울 외환시장은 지난 6일 달러당 원화값이 전날 종가보다 9.9원 급락한 1069.6원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주중 최고 1054원, 최저 1069.9원을 찍으며 5거래일 동안 약 16원 차이를 보였다. 지난 2일 1056.6원, 3일에는 종가 1054.2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새로 썼다가 4거래일 만에 다시 1070원대에 근접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반적 강세인 달러당 원화값이 변동 폭마저 키우면서 수출에 직접적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온 '1050원' 선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1020원까지도 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환율 세 자릿수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및 달러 약세 정책에 우리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여 있는 형국인 점이 불안감을 더 키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값이 세 자릿수로 빠지는 걸 막으려면) 당국이 강제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지지선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미국 압박이 강한 현 상황에선 어렵다"고 지적했다.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도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다. 지난 5~6일 달러당 원화값을 1070원대에 육박할 만큼 반락시킨 원인도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를 물리며 맞서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며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 회피 현상이 강해지면서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비롯해 주기적으로 '관세'를 빌미로 다른 나라 통화 가치를 절상시켜 자국의 무역 적자를 극복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환율 1000원 선도 위태롭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북한과의 화해 분위기 등 원화 강세 재료가 산적한 상태여서 수출업체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외환전문위원은 "미국의 과격한 대외정책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달러당 원화값이 세 자릿수까지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는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상당한
다만 위기를 기회로 삼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단초가 됐던 1985년 플라자합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당시 함께 환율 압박을 받았던 독일은 금리 인상 등 내수 경제를 관리해 버블 붕괴를 막은 선례도 있다는 것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