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스자산운용 매각 무산으로 계약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웨일인베스트먼트가 반격에 나섰다. 칸서스자산운용에 계약금 21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21억원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칸서스자산운용과 웨일인베스트먼트의 법적분쟁은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웨일인베스트먼트 등이 세운 SPC(특수목적회사) 칸서스홀딩스는 칸서스자산운용에 계약금 21억8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반소장을 제출했다.
웨일인베스트먼트는 코스닥 상장사인 대아티아이를 전략적투자자로 영입해 2017년 6월 칸서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8월엔 300억원 규모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 21억8000만원을 지급했고,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2017년 9월 PEF(사모펀드)를 설립했다.
10월엔 칸서스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대주주적격성 심사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대아티아이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엔 이의가 없었지만, PEF는 구조상 미흡한 점이 있다며 구조변경을 요청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격의 문제라기 보단 PEF 구조에 대해 이견이 발생했다"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보류 의견으로 부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웨일인베스트먼트 측에 구조변경을 요구해 관련 작업을 진행했고, 웨일인베스트먼트 측은 금감원이 요구하는 확약서 등을 모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 8일 금감원은 대주주적격성 심사에 대해 '보류' 의견으로 증선위에 부의했고, 결과적으로 '보류' 의견이 나왔다.
웨일인베스트먼트 측은 미흡한 점을 보완한 후 대주주적격성 심사 승인을 받기 위해 후속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그러나 문제는 칸서스자산운용과의 신주인수계약 기간이 올해 1월 4일까지였다는 점이었다. 칸서스자산운용 측은 귀책사유가 칸서스홀딩스 측에 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계약금을 몰취하겠다고 통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자격엔 큰 문제를 삼지 않았던 상황에서 다소 강경한 조치로 보인다"며 "이러한 경우 계약 연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SK증권 인수를 추진하다 대주주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던 케이프투자증권의 경우 SK그룹으로부터 60억 정도의 계약금을 돌려받은 바 있다.
웨일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보류 의견을 받은 사안에 대해 계약금을 몰취하겠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라며 "자본금 50억원의 소형 PEF 운용사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계약금을
칸서스자산운용은 '시간은 충분히 줬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칸서스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계약서를 벗어나는 행동은 경영진으로서 권한이 없다"며 "계약서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경영진과 이사회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