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 상장 이후 4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셀트리온을 넘어 바이오주 가운데 시총 1위에 올랐다. 당시 두 회사의 시총이 나란히 11조원대였다는 점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셀트리온이 약진해 '셀트리온=바이오 대장주' 등식이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주가는 올 들어 57.1% 오른 데 비해 셀트리온은 37% 상승하면서 역전이 이뤄졌다.
삼성바이오가 최근 신고가 행진을 하는 직접적 원인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기대감이다. 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특허권을 보유한 애브비에 로열티를 내고 올 10월부터 복제약인 '임랄디'를 유럽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미라는 지난해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가운데 매출 1위 제품(189억달러)"이라며 "임랄디는 향후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하며 바이오에피스의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에 바이오에피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기존 2조5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삼성바이오 자체 실적은 갈 길이 멀다. 올해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할 전망이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삼성바이오의 약진 속에 삼성물산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 대비 3.97% 상승했다.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그 수혜는 지분 사다리를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삼성물산이 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삼성물산은 10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 계획은 없다"며 일단 부인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2012년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사 형태로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현재 바이오젠은 5.4%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에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최대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업계에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비용으로 4600억원(주당 5만원)가량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콜옵션 행사 만기일은 비공개지만 업계에선 올 6~7월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가 높아진 만큼 삼성물산도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 지분 43.3%를 갖고 있다.
삼성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의 정점에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4.6%) 삼성생명(19.3%) 삼성SDS(17.1%) 등 다양한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데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 자산가치에 이들 계열사 지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들에 대한 지나친 할인율이 적용됐는데 이를 일부 조정할 경우 삼성물산 기업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적 턴어라운드도 호재다. 삼성물산의 작년 영업이익은 8813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건설시장 침체기를 자산 매각 등 각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삼성물산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로 하면서 조만간 삼성그룹도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순환출자가 해소되면 오너 지분이 많은 회사가 핵심 계열사 지분율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신헌철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