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적립식 펀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미래에셋자산운용 '인사이트펀드' 이후 공모펀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투자자들도 떠나갔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자들이 몰리면서 10년 만에 펀드 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10년 전 인사이트펀드가 처음 출시됐던 당시에는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영업점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 코스닥 벤처펀드 열기도 만만치가 않다. 공모펀드 중에는 목표 금액을 다 채워 더 이상 돈을 안 받는(소프트 클로징) 펀드도 생겨났고, 사모펀드 중에는 첫날 10분 만에 마감된 펀드도 나왔다. 사모펀드의 경우 추가 설정을 염두에 두고 증권사에 예탁금이 몰리고 있고 영업점과 프라이빗 뱅커들에게는 문의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출시 나흘째인 지난 10일 코스닥 벤처펀드는 41개 운용사에서 내놓은 61개 펀드에서 5693억원이 설정됐다. 당초 사모펀드업계의 전유물이 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에도 1000억원을 웃도는 투자금이 들어오면서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공모펀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KTB자산운용 'KTB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 이틀 만에 692억원(판매액 기준)을 쓸어담았다. 같은 속도로 팔린다면 하루 이틀 내에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근래 출시된 공모펀드 중 가장 빠른 속도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211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나머지 공모펀드들도 100억원 안팎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KTB코스닥벤처펀드는 이번주 후반 은행 판매가 시작되면 판매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은행권에 대기 물량이 생길 정도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정옥 하나UBS자산운용 마케팅 본부장은 "3000만원 한도 세제 혜택 상품으로 소액 투자가 주를 이루는 상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초 기대치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며 "수익률 등 코스닥 벤처펀드의 성과가 실증되면 더 많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는 출시 이틀 만에 211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와 지난 10일부터 일시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신주나 구주 물량이 많이 풀리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잠정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운용사들도 이달 안으로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일정을 확정하며 시장에서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일부터 27일까지 사전 투자자 모집 이후 이달 30일 코스닥 벤처펀드를 설정할 계획이고, KB자산운용 역시 16일부터 2주간 투자자 모집에 나선다.
따라서 기업공개(IPO) 신주들이 쏟아지는 다음달 이후에도 펀드 설정이 계속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만 자금이 몰리면서 소프트 클로징이 되거나 단위형으로 모집되는 상품들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발행하는 코스닥 벤처펀드는 단위형으로 모집 기간이 끝나면 추가 가입이 불가능하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펀드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소·중견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 자산의 15% 이상은 벤처기업의 신주, 무담보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한다. 3년 이상 투자 시 투자 합계액 중 3000만원에 한해 10%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모처럼 만에 나온 세제 혜택 상품에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출시에 앞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벤처기업 신주를 담아야 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특성상 공모펀드 구성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벤처기업 신주 배정을 잘 받을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면서 중소형주 운용도 잘하는 운용사의 상품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쉬운 상품은 아니다.
특히 코스닥 벤처펀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벤처기업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가 무작정 잘 팔린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우려도 있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러나 "펀드 자산의 15% 이상을 신주 등에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펀드가 우후죽순처럼 나올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면서 "투자자도 운용사가 신주를 편입해 수익을 낼 능력이 있는지 등을 감안해 펀드를 골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동욱 신영증권 APEX 패밀리오피스부 이사도 "세제 혜택을
[한예경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