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절차에 나섰다는 소식에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했다.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엘리엇 소송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량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2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5.71% 하락한 13만2000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삼성물산의 종가는 전날보다 4500원 상승한 13만95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엘리엇의 입장발표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하루 만에 8000원 떨어지며 장을 마쳤다.
이날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면서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재의향서 제출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전 단계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기 전 중재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다.
지난달 25일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2.6% 증가한 209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7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20%가량 뛰어넘는 실적이다. 삼성물산의 1분기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늘어난 7조476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 부문 발주 프로젝트의 매출이 본격화되고 상사 부문 거래 물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외국계 자본 공격에 빠르게 묻히면서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엘리엇이 정식 ISD 절차를 밟아 우리 정부에 관련 자료 등을 요청하면 삼성에는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영향을 미쳤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43.44% 보유한 최대주
3년 전 삼성물산 합병을 엘리엇이 다시 문제 삼자 이번 소송의 실질적 목표가 삼성이 아닌 현대차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와의 대결 국면에서 정부를 향해 중립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