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계획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ISS와 함께 양대 글로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반대를 권고해 절반 가까운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총을 약 2주 남겨둔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은 ISS 판단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찬성표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5일 블룸버그통신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ISS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오는 29일 현대모비스는 임시주총을 열어 핵심 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다음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주총 안건이 통과하려면 현대모비스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지분 구조로 보면 ISS 의견에 좌우되는 외국인 지분율 47.7%(13일 기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우호 지분(30.2%)보다 17% 포인트 이상 앞서 있다.
이에 앞서 14일(현지시간) 글래스루이스도 현대모비스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권고안으로 일단 현대차그룹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엘리엇은 지난 11일 공식 성명에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계획에 대해 "타당한 사업 논리가 결여됐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합병 조건"이라며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 대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속속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서스틴베스트는 "분할 비율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합병비율 산정에서 존속 부문 가치가 과대평가되고 분할 부문은 과소평가돼 주주들에게 부정적이라는 게 서스틴베스트 측 주장이다.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입장을 정하고 보고서를 최종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당황한 기색이지만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찬성 위임장 얻기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측은 "ISS가 해외 자문사로서 순환 출자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당위성과 취지에 대해 시장과 주주들을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ISS가 이번 개편안이 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현대차 측은 이익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비스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 주주의 경우 모비스 주식 79주와 글로비스 주식 61주를 받게 돼 현재 주가로 계산해도 이익"이라며 "글로비스의 성장은 곧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로 성과가 확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비스 주주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가치 비율은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이익창출능력 및 현금창출능력 비율과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시장에서 평가한 두 회사의 가치 비율도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분할·합병 비율과 유사하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입장이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주요 주주들을 직접 만나거나 콘퍼런스콜 형태로 접촉해 분할·합병안의 정당성과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찬성표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문일호 기자 / 윤진호 기자 / 강영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