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나올 예정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매경DB] |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부담금이 최대 8억원에 달한다는 발표를 할 때만 해도 정비업계 내부에선 '그럴 리가 없다'는 회의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부담금 통보를 받은 첫 사례인 초소형 단지의 부담금이 1억원을 넘겼고, 당초 조합 예상액보다 16배가량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가구당 8억원 부담금'이 현실로 나올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반포현대의 경우 지난 5년간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은 편이었는데도 이 정도가 나왔다면 지난 1년 새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단지는 훨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반포현대 전용 84㎡는 지난해 6월 9억6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12년 6월 실거래가(6억6000만원)에서 3억원가량 오른 수치다. 반면 잠실주공5단지는 같은 기간 전용 82.61㎡가 10억4000만원에서 16억4000만원으로 6억원 상승했다.
당장 6월 초 현대산업개발과 시공사 선정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반포주공1단지3주구(1490가구)가 이슈다. 시공사 수의계약 체결 후 한 달 이내에 조합은 자체적으로 부담금 예상 액수를 계산해 구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 단지는 규모가 반포현대의 18배인 데다 입지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반포현대보다 수익성이 더 좋은 인기 단지다. 3주구 조합원은 "자체적으로 내린 판단으로는 그렇게까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일단 재건축을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초과이익 자체를 줄이려는 시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개포주공6·7단지는 추진위 설립 시점을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 발표 후로 미뤘다. 올해 나온 이 단지 공시가격이 예상보다 낮아 이 가격이 초기값이 되면 초과이익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잠실주공5단지나 은마아파트 등 소위 지역의 '대장주'들은 단지 고급화와 건축비 상승 등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세금으로 내느니 단지 고급화에 신경 써 미래의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편이 낫다는 계산에서다. 일부 재건축 사업장은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 반포현대와 비슷한 시기에 부담금 산정 절차를 밟았던 은평구 신사1구역은 산정 작업을 중단했다. 이처럼 사업을 연기하거나 리모델링, 1대1 재건축 등으로 전환하는 단지들이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례 없는 '부담금 폭탄' 충격으로 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담금 리스크'가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강남은 재건축이 시세를 주도했기 때문에 '재건축 신화'에 금이 가면 일반 아파트까지 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여기에 보유세 개편까지 발표되면 서울 집값은 2차 고비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한 단지들의 몸값만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환수제 적용을 피했고, 개포동 일대 저층 주공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부담금의 풍선효과가 결국 새 아파트나 환수제 회피 단지로 옮겨 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서울 내 새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 다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용산구 한남연립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결과에 따라 향후 판도가 바뀔 수 있다. 한남연립은 2012년 1인당 5544만원 규모의 부담금을 부과받았지만 현재 위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남연립 건은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후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는 첫 판결이다. 재건축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