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에프앤가이드, 상장사 235곳 실적 전망해보니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탄탄한 수요 덕분에 SK하이닉스는 작년 대비 실적은 물론 올 들어 영업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실적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여전한 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상장사의 실적 추정치가 연초 대비 낮아지고 있어 '실적 장세'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16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상장사 235곳의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늘어난 50조5744억원으로 전망됐다. 분석 대상 기업은 증권사 3곳 이상의 전망치가 존재하는 곳이다. 매출액도 이 기간 6% 늘어난 468조97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상장사 이익이 늘어난 것은 반도체와 전자장비 업체, 게임주 등의 선전 덕분이다.
특히 지난 1분기 실적 장세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2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한 15조7559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8.5%나 급증한 5조1417억원으로 추정된다. 똑같은 메모리 반도체 종목이지만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이외의 사업이 영업이익 증가율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 실적 안정성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뛰어나지만 SK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에 올인된 구조라 수익성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보다 7.2% 하락했다. 이와 달리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눈높이가 21.5%나 뛰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약점이었던 기업용, 고성능 메모리 제품의 낮은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해 안정적인 납품 및 평균 판매단가 상승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반도체 공급처를 개척하고 있는 것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게임 업종도 2분기 실적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게임 업종 11곳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472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배(94.4% 증가)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통해 국외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엔씨소프트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697억원으로 예상돼 1년 새 이익이 4.5배 이상(351.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률은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 등 시장 진출에 따른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게임을 스포츠로 보는 시장 분위기도 게임주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다소 주춤했던 정유와 화학 업종 역시 올 2분기에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으로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 종목을 포함한 정유 및 가스업종 5곳의 작년 2분기 대비 올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삼성SDI의 2분기 성적표가 눈에 띈다. 작년 2분기 55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올 2분기에 1093억원으로 1년 새 20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에 사용되는 삼성SDI의 중대형 배터리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증권가 예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실적 양극화다. 분석 대상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233곳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9조6768억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율이 5.1%로 쪼그라든다. 반도체 '투톱'을 포함했을 때보다 이익 증가율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반도체, 게임, 화학 등이 선방하고 있지만 또 다른 수출업종인 자동차가 부진
[문일호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