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대해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신호탄을 쐈다. 보건복지부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전문위)가 대한항공 오너 일가족의 '갑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면서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는 국민연금이 개별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영향력을 발휘한다. 향후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는 의안이 주주총회에 상정될 경우 오너 일가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5일 국민연금 전문위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한진그룹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 의혹이 기업 평판 악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한항공,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어 우려를 표한다"며 "한진그룹 측에 경영관리 체계 개선 등을 포함해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문위가 특정 기업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위의 우려 표명은 지난달 30일 기금운용위원회가 공개적 우려 표명,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비공개 면담 등 세 가지 주주권 행사 방침을 결정했고, 이 중 공개적 우려 표명을 전문위에 위임한 데 따른 조치다. 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긴급 회의가 소집됐고, 지난 4일 전문위를 열어 관련 내용을 조율했다"며 "한진그룹 관련 여러 불법 혐의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과 예측 가능한 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나온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위의 적극적인 우려 표명으로 향후 한진그룹의 의결권에 대해 국민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2대 주주(지분 12.45%)이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지분 11.81%)다.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소집, 사내이사 해임 안건 상정 같은 경영권
이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용위원회 결정대로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발송하며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렸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