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하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취약계층이 받은 대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저금리 상황에서 급속히 불어난 가계대출이 보험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 부실화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2∼13일 정례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재차 인상할 가능성이 커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압박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부실화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보험사 대출채권 연체율을 보면 1분기 말 0.52%로 지난해 말의 0.51% 대비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가계대출 연체율은 0.52%에서 0.56%로 0.04%포인트 올랐습니다.
특히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주택담보 외 대출의 연체율이 1.30%에서 1.42%로 0.12%포인트 급등했습니다.
저축은행의 1분기 말 연체율은 4.6%로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4.5%에서 4.9%로 올랐습니다. 이중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6.1%에서 6.7%로 0.6%포인트 뛰었습니다.
2015년 말 10.2%, 2016년 말 7.1%, 지난해 말 5.1%로 하향곡선을 그리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해 1분기 말 5.2%로 상승 전환한 것도 금융당국은 불길한 징조로 보고 있습니다.
신협과 농협 등 상호금융권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됩니다. 1분기 말 가계 연체율이 1.38%로 지난해 말 1.16%보다 0.22%포인트 올라간 가운데 이 중 신용대출 연체율이 1.38%에서 1.65%로 0.27%포인트 급등했습니다.
최근 나타난 연체는 쉽게 말해 약한 고리만 터지는 일종의 차별화입니다.
은행권 연체율이 되레 개선된 반면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보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연체율이 오르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양호하지만 가계대출, 특히 담보도 없는 사람이 이용하는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통상 연말에 부실채권을 소각하므로 연초에 연체율이 다시 오르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이는 대출 전체에 미치는 현상일 뿐 금융 취약계층에 집중된 연체율 상승과는 별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역사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풀린 대출이 금리가 오르면서 취약계층부터 죄는 일종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생활이 어려운 계층이 싼값에 돈을 빌려 썼다가 금리가 오르자 연체하는 악순환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1천450조원을 돌파, 전년 대비 8.1%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사상 최고 증가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운 신용대출이 먼저 부실화한 점도 예민한 부분입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8월 3.39%를 기록한 이후 올해 4월 3.69%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3.78%에서 4.49%로 올랐습니다.
저소득층의 가계소득 감소 역시 연체 증가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28만6천700원으로 1년 전보다 8.0% 줄었습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인 가계 역시 4.0% 감소했습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대출금리가 올라 지출은 늘어나다 보니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저신용(7~10등급)이면서 저소득(하위 30%)인 취약차주의 대출이 지난해 말 12조7천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5천억원 늘었다고 집계했습니다.
한은은 취약차주와 관련 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가 올라가면 이들의 채무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취약계층이 받은 대출부터 서서히 부실화되기 시작된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2금융권에도 은행권에 상응하는 새로운 대출규제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한계 대출자들이 (불법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 금융으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