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지주, SK에 대해 일제히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계열사의 실적 턴어라운드와 함께 자체 사업 실적까지 호조를 보이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외국인들은 삼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삼성물산이 그룹 지주사가 돼 높은 브랜드 사용료까지 받을 수 있어 기업가치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주식을 올 들어 3000억원 가까이 사들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1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삼성물산(2996억원), SK(2207억원), 현대중공업지주(1571억원)와 같은 사업형 지주사를 순매수 중이다. 3곳에 대한 합산 순매수 규모는 6774억원에 달한다.
사업형 지주사란 전통적 지주사의 수입원인 브랜드 사용료 수입, 계열사 배당 등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사업·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지주사를 말한다. 정식 지주사도 아니고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나온 잡음으로 인해 외국인들은 삼성물산을 외면해왔다. 작년 말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9.8%에 그쳤다. 그러나 실적 턴어라운드와 함께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 강도가 거세지자 외국인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8일 기준 11.1%까지 올라왔다.
삼성물산의 주력 사업도 실적 턴어라운드 중이다. 지난 1분기에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4대 사업의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에프앤가이드 기준)은 1조10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8813억원)보다 14.6%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하며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7배 수준이다. 주가가 청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브랜드 수입은 없다. 인적분할 당시 각 사가 고유 브랜드를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대신 자체 사업과 연결 대상 계열사 실적에 좌우되는 구조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의 계열사 실적이 현대중공업지주 이익에 반영된다. 이 지주사의 자체 사업인 로봇 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1조8940억원으로 추정된다. 연결 자회사 중 현대오일뱅크는 연내 상장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가치가 재평가받으면서 지주사 주가도 오를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지주의 자체 사업인 로봇사업도 향후 상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에도 올해 주가는 하락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 PBR도 0.69배까지 떨어져 있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작년에 1856억원에 달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다른 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았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5.4%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실적이 연결 대상 자회사의 실적 호조와
특히 발전사업 회사 SK E&S, 신약 개발 업체인 SK바이오팜·SK바이오텍, 반도체 소재 기업 SK실트론 등 비상장사 '사총사'의 선전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SK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6.4% 상승한 6조2368억원으로 추정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