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긴축에 외국인 이탈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53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2월 1조5611억원, 3월 7409억원, 4월 1조375억원, 5월 8113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다섯 달 연속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외국인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주일 새 5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된 지난 14일 4703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그다음날에도 55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 현대차 대우조선해양 롯데케미칼 등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712억원어치 순매도했고, 현대차와 LG화학 또한 915억원, 608억원씩 팔았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491억원) 대우조선해양(335억원) 등도 동반 순매도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원화 값이 약세를 기록하면 수출주는 가격경쟁력 강화로 실적개선이 기대되지만 외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하고 유럽이 연말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신흥국 시장 전반에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 국채 금리가 따라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강해질수록 신흥국의 투자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신흥국은 주요 선거 일정을 앞두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난 5월 말 이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세한 차이긴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에서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에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아르헨티나처럼 자본 이탈을 견뎌내기 어려운 신흥국은 분명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서 "다만 현재 신흥국 위기설의 영향이 국가별로 구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2013년 여름에도 신흥국 취약론이 제기됐지만 당시 한국과 대만 등으로 위기가 전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종료될 예정이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9월까지 3개월 연장했고,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ECB 회의는 외형상으로는 그동안의 (통화)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 긴축을 향해 나아갔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비둘기파 본색을 드러냈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행렬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는데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3분기 중에는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