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KEB하나·우리·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 5대 국내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6월 말 354억2490만달러로, 5월 말의 382억1790만달러보다 7.31%(27억9300만달러) 급락했다. 한화 기준으로 한 달 만에 약 3조원이 달러화 예금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이는 5대 은행 합산 기준으로 2016년 10월에 전달 대비 7.36% 떨어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달러를 포함한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484억9800만달러에서 446억8500만달러로 약 38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5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 합계가 5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자금이 쏠렸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약 반년 만에 상반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기업과 개인의 달러 매도가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시중은행 달러화 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은 426억5100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는데, 올해 1월에는 6629만달러(0.16%) 감소, 2~3월에는 각각 6억달러 내외(1.43~1.6%)가 감소하면서 점차 감소폭을 키웠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해 6월 1139.6원까지 떨어졌다가 같은 해 12월에는 점차 올라 1071.4원을 기록했다. 이후 한동안 달러값이 1100원을 밑돌긴 했지만 출렁임은 컸다. 올해 들어 장중 기준으로 달러당 원화값은 연고점 1054원(4월 3일), 연저점 1124.2원(6월 29일) 사이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달러가 쌀 때(원화가 비쌀 때) 달러화를 사뒀다면 매도 시점을 여러 번 잡을 수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이원휴 KEB하나은행 PB팀장은 "달러화가 지난해 말부터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다가 올 6월 중순 이후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강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한 달러 투자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수익이든 손절이든 투자 회수 수요 또한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출 업체들의 환전 물량도 달러 예금 급감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은 이들 업체는 달러가 비쌀 때 원화로 환전할수록 환차익 덕분에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변 환테크 사례를 접하며 다시금 '달러 살 타이밍'을 보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 달러를 사기엔 '위험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홍승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달러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한 상태인 데다 조만간 또다시 6월과 같은 환율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 달러화를 매수하기엔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지금은 달러화를 가진 경우에 분할 매도하기 좋은 타이밍"이라며 "올 하반기 환율이 1060~115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적정 매수 타이밍은 1050원 선"이라고 내다봤다.
환테크를 시작하기에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각 은행에서 판매하는 외화예금이 있다. 예금
신한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달러 More 환테크 적립예금'은 달러에 최대 70% 환율 우대를 해주고 해외 가맹점에서 수수료 없이 체크카드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