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수했고, 5일부터 이틀에 걸쳐 추가로 1만5000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케미칼의 지분은 29.02%에서 29.18%로 늘어났다.
종근당홀딩스도 지난달 26일 종근당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지분이 21.73%로 늘었다. 미원홀딩스는 지난달 자회사 미원에스씨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26.02%였던 지분을 26.09%로 늘렸다.
최근 들어 자회사 주식을 20%대로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가 지분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추가 확보다.
지금은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상장기업이면 20%, 비상장기업이면 40%만 확보하면 됐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개정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자회사 지분을 상장기업 30%, 비상장기업 50%를 확보해야 한다. 추가 지분 확보에 지주회사는 막대한 돈을 써야 하는 셈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최근 시가총액 수준에서 개정되는 공정거래법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SK그룹은 7조600억원, 롯데그룹은 1955억원을 자회사 지분 매입에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 움직임을 감안할 때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필요한 범여권의 표가 확보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낮은 가격에 지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보통주를 지난 3월 9000주, 4월 1만800주를 장내 매수한 후 6월 말엔 제3자 유상증자에까지 참여했다. 이로써 3월 초 23%였던 한국콜마홀딩스의 한국콜마 보유지분율은 5%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홀딩스가 제3자 배정으로 지분 27.8%를 가지게 되면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늘리면 지배력이 강화되고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 수입이 늘어나 이익이 개선된다. 특히 최근 대기업집단 규제에 대한 우려로 지주회사 주가가 대부분 크게 떨어져 이익이 늘어나는 지주회사 주식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5월 4만4000원까지 갔던 주가가 5일 3만61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1.25배로 떨어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41배에 불과하다. 자회사 SK케미칼이 올해 분기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흑자전환이 유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는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평가다.
종근당홀딩스 역시 지난 2일 6만33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해 PBR가 0.79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지분을 늘리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더라도 그룹별로 해법이 마련돼 있어 지주회사의 이익 수준을 크게 낮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초안이 확정되고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걷혀 주가가 상승 모멘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감 몰아주기, 브랜드 수수료 등에
최 연구원은 "적정한 수준에서 브랜드 수수료를 받고 공시를 마친 지주사는 리스크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역시 의혹의 대상인 자회사를 합병하거나 매각하면 지주회사 펀더멘털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