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모바일뱅킹 확대와 영업점 감축을 추진하면서 '은행 밖'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새로운 오프라인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점이 많은 편의점 업체와 손잡고 은행 고객이 해당 편의점 ATM을 이용하면 똑같은 수수료 혜택을 주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편의점 등 금융사 이외 업체가 운영하는 ATM은 2013년 3만7426대에서 2016년에는 4만619대까지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5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2015년 7186개였던 은행 점포가 올해 3월 기준 6784개로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특히 은행에서 영업점이나 별도 365코너를 통해 자체 운영하는 ATM도 2013년 5만5513개에서 4년 만인 지난해 4만4596개로 감소했다. 이렇게 점포와 ATM을 줄이는 사이 은행들은 꾸준히 다른 ATM을 자신들 ATM처럼 쓸 수 있는 업무협약을 맺어왔다. 은행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편의점, 그중에서도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중 3곳 모두 GS리테일과 손잡고 각 은행 고객이 GS25에 있는 ATM을 이용하면 은행 ATM을 쓸 때와 동일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현재 GS25 매장에 밴(VAN)사가 운영하는 ATM은 출금 시 최대 1500원을 수수료로 떼간다. 반면 은행 ATM은 영업시간 중이라면 수수료가 없고 영업이 끝난 이후에는 500~1200원을 떼지만 이것도 고객 실적에 따라 할인해주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여기에 더해 편의점 세븐일레븐과도 제휴하고 이곳 ATM을 이용하는 국민은행 고객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우정사업본부와 손을 잡았다. 이 은행 고객이 우체국에 있는 ATM으로 은행영업시간 중 입·출금하면 수수료가 없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편의점과 시중은행 ATM을 활용해 '거래비용 0원'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증권사·VAN사까지 현재 금융결제원 CD 공동망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ATM에서 입·출금과 이체 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는 우리은행과 GS25 ATM을 쓰는 자사 고객에게 700~800원 수준인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은행 밖 ATM 확보에 나선 것은 모바일뱅킹이 확대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현금을 입·출금하려면 물리적인 장소가 필요한 만큼 ATM 숫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어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체 자금 이체에서 ATM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하지만 은행이 직접 운영하기에는 수익성이 떨어져 아웃소싱을 택한 셈이다.
[김태성 기자 /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