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장 초반 1130원대를 뚫은 '달러 강세' 요인은 전날 불거진 'G2 무역전쟁 전면전'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앞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10일(현지시간) 연간 중국산 수입액 절반에 달하는 2000억달러 규모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고, 중국도 "보복할 수밖에 없다"며 맞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무역전쟁 우려가 커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가 뉴욕 시장 마감 이후에 나온 소식이라 현지시간 11일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됐고, 다시 오늘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중국 정부 대응책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민 연구원은 "불타올랐던 불안심리가 조금은 잠잠해졌다"며 "중국이 추가 보복을 시사했지만 양국 무역 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오규 SM투자자문 외환자문본부장도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외국인 투자자들 동향을 봐도 아직 주식 대량 매도 같은 위험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국내 채권으로 자금 유입도 꾸준하다"며 "시장 심리가 미·중 간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미·중 무역분쟁 이슈와 함께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위안화 향방을 따라가는 원화 역시 당분간 약세는 불가피하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를 전날보다 0.0492위안(0.74%) 떨어트린 6.6726위안에 고시했다. 하루 절하 폭으로는 2017년 1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최대다.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6.72위안까지 떨어지면서 인민은행도 시장 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강 달러·약 위안화'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보다 낮게 유지되면 대미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 효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에 위안화 약세가 유리하기만 한 카드는 아니다. 민 연구원은 "지금은 위안화 약세 속도가 너무 가팔라 중국이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단기적으론 써먹을 수 있는 카드지만 통상 마찰에서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이 1130원 선에서 다시 '지지선'을 만들자 금융기관들도 서둘러 환율 전망 예측치를 수정하는 분위기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초 달러당 원화값 전망치를 1030원 전후로 제시했으나 최근 미·중 갈등 리스크를 반영해 1100원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당초 1020~1090원으로 잡았던 전망치를 3분기 1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엔 다시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외환 수급이 양호한 데다 향후 한반도 평화 논의가 진전된다면 4분기에는 연초 수준인 1060~1070원 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