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현대모비스를 활용하려던 '1기 개편안'이 잠정 중단되자 이달 새롭게 자문단이 꾸려지고 있는 '2기'는 현대글로비스를 지배구조 정점에 올려놓는 방식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미래 비전이 제시되며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지배구조 개편을 전격 중단했던 현대차그룹이 이달 들어 자문단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직접 챙기고 있다"며 "법무나 회계는 다른 대안이 없어 기존 자문단으로 가지만, 기존 증권사(골드만삭스·NH투자증권)는 다른 증권사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NH투자증권,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세계 최대 로펌인 레이섬앤드왓킨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1기 자문을 맡아왔다. 이들은 현대모비스에서 모듈·AS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오너 입장에선 사실상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스왑(교환)인 셈이다.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이 현대글로비스에 넘어오게 돼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상승하고 덩달아 현대글로비스의 오너 지분(30%) 가치가 높아져 지배구조 개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현대글로비스 1기 자문단은 오너의 지배력 유지와 순환출자 해소까지 모두 이룬 '묘수'라고 자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개편안은 애초부터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를 넘기 힘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왔을 때 현대모비스의 오너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2%로 외국인(47.4%)에 비해 낮았다.
엘리엇이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등에 업고 개편안 반대에 나설 수 있는 구도였다. 부랴부랴 현대모비스에 대한 비전 제시와 3년간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달래기 정책이 나왔지만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 발표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문단과 이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9.8%)을 우호 지분으로 감안했던 것도 패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주주를 위한 보다 파격적인 '당근책'이 나왔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의 반대나 강화된 주주권 등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자문단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기 개편안은 향후 승계까지 감안해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23.2% 들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정의선 부회장→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복잡한 분할·합병이 필요 없고 오너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지배력 유지와 순환출자 고리다. 정점에 서게 되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이 현재 0.7%에 불과해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또 지배구조 하위권에 있는 계열사가 현대글로비스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순환출자 규제에 따라 이 고리도 끊어야 한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4.9% 갖고 있고 기아차와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5.7%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CKD(반조립제품)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란 예상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CKD사업은 현대·기아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업이라 이를 매각하면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피할 수 있다.
굳이 사업을 팔지 않고 자체 현금과 차입금을 활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13~2016년 선박 투자를 위해 매년 6000억~8000억원을 썼는데 작년에 이 투자가 마무리돼 부담이 줄었다. 부채비율은 2016년 말 129.1%에서 작년 말 105.2%로 크게 줄었고, 현금성자산(3월 말 기준)도 6000억원이 넘는다. 신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최근 반등하고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1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 상승률(4.2%) 대비 3배다.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청사진이나 주주환원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