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반도체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LG그룹은 실리콘웍스를 앞세워 파운드리 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리콘웍스가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을 노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실리콘웍스는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해 이를 DB하이텍을 통해 생산하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올 들어 실리콘웍스가 관련 물량을 2배 이상 늘리려고 하면서 두 업체 간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회사 간 M&A 설도 나돌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두 업체 간 M&A 논의가 지난 5~6월 집중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월 말 1만3450원이었던 DB하이텍 주가는 6월 22일 2만700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이 무려 53.9%에 달한다. 매각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설계사업만 있는 LG가 반도체 사업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라며 "LG가 DB하이텍처럼 반도체 생산공장을 보유한 업체들을 지속적으로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B하이텍 고위 관계자는 "DB그룹 구조조정이 완료되면서 그룹이 안정을 찾았고 이런 상황에서 DB하이텍과 같은 알짜 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LG와 접촉한 적도 없으며 DB하이텍을 그룹 주력사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들어 투자자들은 LG그룹의 반도체 사업 키우기에 주목하고 있다.
원래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정부 주도 '빅딜(사업 교환)' 과정에서 현대전자에 반도체 사업을 넘겼다.
이후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반도체 사업이 다시 절실해졌다.
2014년 실리콘웍스를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 업체 인수를 통해 LG가 종합반도체기업(IDM·설계와 생산이 모두 가능한 기업)으로 첫발을 뗐다고 봤다. 코스닥 상장사인 실리콘웍스 최대주주는 지분 33.1%를 보유한 그룹 지주사 LG다. LG그룹은 그동안 실리콘웍스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1999년 창업 때부터 실리콘웍스를 이끌어온 한대근 대표 대신 작년부터 LG전자 출신 손보익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또 LG전자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반도체 설계사업은 실리콘웍스에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실리콘웍스는 그룹 계열사가 필요한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자체 생산시설 없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 하는 곳이다. 그동안 설계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SK하이닉스나 DB하이텍 등을 통해 위탁생산하는 구조다.
실리콘웍스는 올 하반기(7월 1일~8월 7일) 주가가 30.1%나 급등했다. 이 종목에 대한 LG그룹의 전폭적 지원 속에 실적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M&A 등 종합반도체기업의 청사진이 제시된 이 종목에 대해 외국인과 기관은 올해 하반기 들어 각각 106억원, 150억원어치를 순매수 중이다.
반면 DB하이텍은 올 하반기 들어 고전 중이다.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데 최근 급등한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데 DB하이텍은 현상 유지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233억원으로 작년보다 13.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 영향과 부족한 생산능력 때문이란 분석이다.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켜지자 SK하이닉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