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발행어음 무기한 연기…초대형IB 경쟁력 저하 불가피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를 맞이해 본격적으로 모험자본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인가 철회 결정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17일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증권 측은 "지난해 7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대해 시장상황 및 회사여건 등을 고려해 금융당국에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면서 "인가 재신청 여부 등 인가와 관련된 사항은 향후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이 사업 인가를 스스로 철회하게 된 데는 지난 4월 발생한 배당오류 사고 여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는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심사가 보류된 데 따른 후속 조치이지만 그 이면에는 배당오류 사고 여파에 따른 제재안이 주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삼성증권은 배당오류 사고로 향후 2년 6개월 동안 신규 업무 허가에 제한을 받을 예정이다. 오는 2021년까지는 사실상 발행어음 인가가 불가능해 철회 결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발행어음이 증권사의 수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수신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무조건 투자해야 하는데, 사업 초기에는 비교적 수익이 안정적인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투업계에서는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 따라 증권사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단위 자금을 빨아들이며 독주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어 당분간 삼성증권은 초대형IB 사업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발행어음이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운영하는 사업을 뜻한다. 수신업무를 통해 새로운 자금조달이 가능해 금투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1호 사업자로 발행어음을 인가 받았으며 최근 NH투자증권이 후발 주자로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