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후보지가 발표도 나기 전부터 '돌땅'이나 다름없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임야(산)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공공택지개발을 투기 기회로 삼는 세력의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땅 투기를 넘어선 사전 개발정보 유출을 의심하는 의견도 많다. 다른 수도권 지역의 토지 거래는 크게 변동이 없었던 반면 과천 등 후보지에서는 8월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시흥권 후보지인 하중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도 8월에만 39건이 거래됐다. 올해 들어 하중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내 땅 거래 건수는 한 달 평균 15~20건이었다. 안산시 장상동 일대 토지 거래량도 8월에 8건을 기록했다. 8월 이전까지 토지 거래 건수는 한 달 평균 3~4건이다.
과천권 후보지인 과천동 일대에서 8월 급증한 그린벨트 임야 거래는 기획부동산의 거래로 보인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는 거래 여부·거래 시기 외에도 계약 면적을 비롯해 거래금액과 거래 특이점이 같이 표시된다. 해당 월의 과천동 그린벨트 거래 26건 중 24건이 완전한 필지가 아닌 '지분' 형태로 거래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통상 기획부동산들이 미리 땅을 매입했다가 개발정보를 앞세워 특정 시기에 지분 형태로 땅을 많이 판다"고 말했다. 거래금액 단위도 전답은 1억~3억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임야는 1000만원부터 7000만원까지 다양했다. 이어 고 원장은 "개발제한구역은 투자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매수자들도 확실한 정보가 아니면 매입을 많이 주저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많이 거래된 산○○번지 일대는 후보지로 알려진 지역에 편입되거나 편입되지 않더라도 바로 인접해 있어 공공주택단지 개발이 시작되면 땅값이 몇 배 치솟게 돼 있는 입지다.
수상한 건 거래 시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경기도시공사·국토부·과천시 등이 과천 주암지구 등 수도권 후보지 검토·논의를 시작한 게 8월 전후이기 때문이다. 9월에 LH 직원이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해당 공공택지 정보를 넘겼지만 신 의원은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해당 정보 일부를 이미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에게 최초 정보를 넘긴 제3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최초 유출자를 '경기도청 직원'으로 지목했으나 경기도는 해명 자료를 통해 "신창현 국회의원실이 공개한 '수도권 미니 신도시 개발 후보지 관련 LH 공사 내부 정보'의 최초 유출자가 경기도청 공무원이라고 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국회 국토위원회 위원장인 박순자 의원 등은 지난 7일 과천을 포함한 경기도 8곳의 신규 택지 후보지와 관련된 대외비 자료를 사전에 공개한 신 의원을 기밀유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통상 주택 분양원가에서 토지비는 50~60%에 달한다. 과천 사례처럼 기획부동산이나 투기세력이 공공택지 후보지 일대에서 지분을 쪼개서 땅 거래를 남발하게 되면 땅값이 급등해 보상비가 올라간다. 아울러 보상 과정에서도 토지주가 급격히 늘어나게 돼 보상 협상이 장기간 차질을 빚게 되고 결국 조속한 공공주택공급까지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크다.
신규 택지개발은 국토부 택지개발 업무지침에 따라 택지개발지구 관리, 주민공람공고 등의 절차를 거친 뒤 공개되는데 법으로 주민공람을 하지 않고 후보지가 공개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놓은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 정보가 새어 나가서 '투기'로 이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도 사전에 이미 정보가 새어 나간 정황이 역력하다. 국토부는 강원 원주, 충북 충주, 경북 영주, 충북 청주, 세종, 충남 논산, 전남 나주 등 7곳을 국가산업단지 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세종시 일대 중개업소에는 발표 1~2주 전부터 "정부가 100만평 산업단지를 개발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해당 후보지에는 이미 '벌집'으로 불리는 가건물이 눈에 띄게 들어섰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공공개발정보가 새어 나가는 일은 '툭' 하면 일어난다. 정부가 후보지 선정 이전에 개발을 담당하는 LH나 지방자치단체 개발공사 직원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