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20일(09: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대체투자(AI)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금 실탄을 넉넉히 확보하고 있는 초대형IB들은 부동산 실물에 통 큰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은행지주 산하 중형급 증권사들은 보수적인 투자 지침 때문에 신중모드를 거듭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역 앞 랜드마크 빌딩인 서울스퀘어의 새 주인으로 NH투자증권이 최종 낙점됐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나금융투자가 서울스퀘어 인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했던 것과 다른 의외의 결과라는 게 시장 평가다.
이번 딜에서 NH투자증권이 제시한 매수 가격은 약 1조원 정도였다. 이는 하나금융투자가 희망했던 가격대(9000억원 후반대)와 비교해 가격차는 수백억원 안팎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케펠(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과 공동 투자에 나선 것은 물론, 향후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이 되지 않더라도 자체 자산으로 떠안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안다"며 "세부 조건상으로도 하나금융투자와 비교할 때 (매각자 측을) 유인할 만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과 손을 잡은 케펠자산운용은 공교롭게도 서울스퀘어 매각자인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다.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대주주가 케펠랜드인데, 이 회사는 케펠그룹(싱가포르계 최대 선박 기업) 산하에 있는 케펠자산운용과 계열사 관계를 맺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서울스퀘어 매각자 측(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과 상당한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케펠과 손을 잡는데 성공하면서 이번 물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NH와 하나가 제시했던 (지분 투자자) 수익률만 놓고 보면 하나가 조금 더 높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에 있어 NH가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인수한 바 있다. NH-코람코 컨소시엄은 서초사옥을 인수하는 데 약 75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3.3㎡당 305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내 오피스 빌딩 거래 사상 단위면적 당 최고가였다.
이밖에도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강남N타워 공동투자에 나서는 등 부동산 실물 투자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엔 주로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부동산 실물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한국투자증권은 약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부동산 투자용으로 활용했다. 미래에셋대우도 국내외 대형 오피스 빌딩 투자에 매물당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부동산 실물 투자에 적극적인 증권사 대부분이 초대형 IB라는 점이다. 반면 자기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형급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도 "초대형IB들은 풍부한 자기자본을 무기삼아 국내외 랜드마크 빌딩 수집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셀다운이 되지 않더라도 자산으로 장기 보유해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기자본 활용에 한계가 있는 증권사의 경우 보통 셀다운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내부 가이드라인 때문에 적합한 매물을 선점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한 중형급 증권사는 최근 국내 한 대형 오피스 빌딩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투자를 다시 제고하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지분 투자자로 거론됐던 보험사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셀다운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였다.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IB의 경우 셀다운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부동산 물건을 자산으로 10년 이상 묶어둬도
특히 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의 경우 비(非) 은행 지주사 대비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규정이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