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민연금공단이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공한 '국민연금 자산군별 운용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에서 7조91억원의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은 매월 말 자산군별 수익률 현황을 공시하는데, 올해 자산군별 수익금 상세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투자 손실액은 최근 5년간 가장 큰 손실을 봤던 2014년 한 해 동안 투자 손실액(4조7545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3년간 줄곧 국내 주식에서 플러스 수익을 올리면서 지난해에는 27조원에 달하는 수익금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국내 주식 투자 수익 악화가 심각한 상태다. 국회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지난 6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올 7월까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로 9조958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 무역분쟁과 금리 인상 기조 강화, 신흥국 위기 고조 등으로 국내 시장의 약세가 기금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시황 부진으로 단기 부진에 빠졌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리는 '직접 운용'에서 저성과가 두드러졌다. 국민연금은 민간자산운용사에 57조7528억원(46.30%)을 위탁 운용하고 나머지 66조9840억원을 직접 운용하고 있는데, 올해 직접 운용 수익률은 -5.62%로 위탁 운용 수익률 -4.96%보다 저조했다. 올해 직접 투자 손실액은 3조9903억원으로 위탁 운용사들이 기록한 손실액 3조187억원을 1조원가량 웃돌았다.
통상 직접 운용 수익률이 위탁 운용 수익률보다 우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7월 이후 자리를 비운 기금운용본부장(CIO) 부재 등 기금운용 리더십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CIO 부재가 곧바로 수익률 상승이나 하락을 가져오진 않지만 기금의 리스크 관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16년에는 코스피가 3.32% 오르는 동안 직접 운용을 통해 9.99%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위탁 운용 수익률 1.02%를 9배가량 웃도는 성적이다.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기금의 자산배분과 위험 조정, 관리 역할을 하는 CIO 역할을 감안하면 장기 부재는 운용의 위험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통상 직접 운용 수익률이 위탁 운용 수익률보다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직접 운용 수익률 부진은 CIO 장기 부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큰 손실을 봤지만 다른 자산군에서 수익을 올리며 전체 기금 수익금의 마이너스 전환을 방어했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에서 5조476억원, 국내 채권에서 3조4520억원, 해외 채권에서 775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해외 부동산(1조1070억원)과 해외 사모펀드(8416억원), 해외 인프라스트럭처(7382억원) 등 대체투자에서도 수익 3조2866억원을 기록해 전체 기금 수익인 5조6456억원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만 해외 주식을 제외한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 등 다른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