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선 일자리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정부의 뜻에 맞추기 위해 이들 업체가 직원을 크게 늘렸고 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와 KT는 업종 특성상 여전히 구조조정이 필요한 가운데 최근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포스코와 KT의 소액주주 비율은 모두 50%를 훌쩍 넘는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세 곳 상장사의 2014~2018년 반기보고서(매년 6월 말 기준)를 분석해보니 세 곳 모두 올해 직원 증가폭이 다른 해보다 유달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세 종목의 직원 수는 총 4만4073명으로 작년보다 1123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눈치를 보느라 정부의 일자리 확대 요구에 다른 상장사보다 더 적극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인력 증가로 인한 매출 성장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주주들 입장에선 주가 하락에 따른 불만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2015년에 전년 대비 직원을 26% 늘린 네이버는 2016년 12.5%, 작년 2.1%로 증가율을 뚝 떨어뜨리며 실적 정체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네이버는 작년보다 올해 직원을 34.6%나 늘리며 증권가를 놀라게 했다. 네이버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20.9% 늘었으나 인건비가 포함된 영업비용은 같은 기간 32.4% 급증했다. 이 같은 구조로 실적은 악화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 영업이익은 1조465억원으로 작년보다 11.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에 따른 고용 확대로 실적 반영은 차츰 나타날 것"이라고 답했다.
비용 부담에 따른 실적 악화는 네이버의 액면분할 효과도 덮어버리고 있다. 네이버는 12일에 신주가 상장된다. 보통주 1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위해서다. 그러나 실적 둔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는 하락세다. 올 들어 주가가 19.1%나 하락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인력 채용과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으로 고전했던 포스코는 작년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전년 대비 2% 이상 인력을 줄였고 작년에도 직원 수가 0.5% 감소했다. 그러다 올해 갑자기 0.9%나 인력이 늘었다. 포스코 지분 10.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포스코 직원은 1만7013명이다. 최근 포스코는 향후 5년간 2만명 고용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있지만 포스코 측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환율 영향으로 포스코에 대한 투자자 동향은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올 하반기 6646억원 규모의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주가도 올 들어 18.3%나 급락했다.
통신 3사 중에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KT도 올 들어 주가가 1.2% 하락했다. 올해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