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9월 보유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고민 끝에 결국 지분 매각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베인캐피털보다 더 나은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그룹은 IPO 시점에 지분을 털고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은 비상장사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은 2015년 삼성과 한화 간 빅딜 당시 삼성이 경영권을 매각하고 남긴 지분이다. 당시 빅딜을 통해 삼성은 한화에 화학·방산 4개사를 2조원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 99.5%를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한화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분 일부를 남겨뒀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각각 한화종합화학 지분 20.05%, 4.05%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삼성그룹은 보유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추진해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해당 지분 매각이 성사됐을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각각 8000억원과 2000억원가량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주주 한화그룹 입장에선 PEF가 2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계열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각각 39.16%와 36.04%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사안에 밝은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삼성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굳이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베인캐피털과 주주 간 계약 등 제반 조건 합의에 소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베인캐피털은 경영권이 없는 소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한화종합화학 관련 경영 이슈 사전 통보 등 투자 안전장치 확보를 원했다. 그러나 한화 측은 이 같은 요구가 경영 간섭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소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결국 베인캐피털과 매각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삼성그룹이 한화종합화학 투자 관련 손실보전 조건을 보수적으로 내걸었던 까닭에 이를 감내할 만한 투자자가 애당초 마땅찮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약 조건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을 앞세워 태양광 확장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재무적투자자들의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설립한 한화솔라파워와 한화솔라파워글로벌 자회사 두 곳에 올해에만 총 2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사업은 초기 단계에서 큰 폭의 투자비가 들고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사업이다. 투자 기간 내에 수익을 극대화하기를 바라는 FI 성향을 고려할 때 한화종합화학의 태양광 사업 행보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한화종합화학이 IPO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IPO에 나설 경우 시장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매출 3조696억원, 영업이익 62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매출 1조8101억원, 영업이익 5547억원 대비 각각 70%와 12%가 늘어난 숫자다.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을 보이고 있어 실제 IPO 시점은 2021년께가 예상된다. 앞서 삼성과 한화 간 빅딜 당시 한화는 삼성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한화종합화학의 2021년 IPO를 약속한 바 있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