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오일뱅크가 금융당국에 서둘러 연내 상장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측이 그간 금융당국에 감리 절차를 주시하며 조기 종결될 경우 바로 연내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지만, 최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감리 징계가 마무리돼도 12월까지 절차를 진행하기에 기한이 촉박한 점과 더불어 최근 증시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소위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증권 시장에서도 증시 침체와 투자 위축으로 상장을 철회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기업 13곳(이전 상장, 리츠, 스펙 제외)이 상장 심사나 공모 일정을 철회한 바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상반기 기대주였던 SK루브리컨츠가 상반기에 공모를 철회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카카오게임즈, HDC아이서비스 등이 상장을 연기했다. 지난 6일 상장을 철회한 CJ CGV 베트남의 경우 대주주인 CJ CGV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시행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실적 개선으로 굳이 연내 상장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6조원을 돌파했으며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조클럽'(1조1378억원)에 가입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매출만 15조386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363억원으로 또다시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이 아닌 내년 초·중반에 상장을 시도할 경우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모회사인 현대중공업도 3분기 예상 밖의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자금 유치의 절박함이 한층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89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1757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5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현대중공업그룹도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1년여 만에 성공하면서 47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 목적 중 하나가 지주사 자본 확충을 통한 그룹 재무구조 개선 효과였다는 점에서 자금난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절차적으로도 연내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상장 전 감리를 받고 있으며, 자회사의 회계처리 잘못으로 징계가 예상된다. 징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이달 중순 또는 말께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 1일 비공개 감리위원회를 열고 현대오일뱅크에 대해 '경징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유가증권 시장의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이 감리 결과를 통해 3단계 이상의 징계인 과징금 이상 조치를 받으면 상장 절차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징계를 받더라도 1단계인 시정 요구, 각서 제출 요구나 2단계인 경고 또는 주의 처분을 받으면 상장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감리위원회 결과는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확정될 전망이며, 오는 14일 또는 28일 상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14일 증선위에 시장의 주목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상정돼 있어 현대오일뱅크 심의가 28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증선위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안건들을 11월 두 번째 증선위인 28일로 연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 무차입공매도 징계사건과 현대오일뱅크 감리안이 28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징계 일정이 지연되면 현대오일뱅크는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에 상장 작업을 채근하더라도 연내 상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공식적으로 의사를 전달한 바 없다. 다만 최근 증시 상황과 함께, 감리 징계 결정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 등 일정을 감안하면 연내 상장은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라며 "상장에 대한 의지는 아직 확고하다"고 밝혔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