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유리의 정리매매가 임박해오고 있다. 최근 정리매매 종목들의 이상 급등 현상이 벌어진 가운데 재무상태가 비교적 탄탄한 한국유리 역시 정리매매 기간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지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유리는 전날인 지난 8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앞서 지난 7일 회사측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상장폐지 안건을 의결한 데 이어 같은 날 거래소에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회사측은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 등으로 확보한 지분 및 최대주주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자진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했고 주주총회에서 자진상장폐지가 승인됐기에 한국거래소에 보통주권의 자진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리매매기간과 상장폐지 후 6개월 동안 공개매수 당시 매수가격인 보통주 1주당 5만4300원, 우선주 1주당 4만1925원으로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유리는 지난 7월 30일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내놨다. 지난 7월 31일부터 1개월간 보통주 기준으로 197만주를 주당 5만4300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가 진행됐고 173만주가 공개매수에 응했다. 현재 이 회사의 소액주주 총 지분율은 2.37%까지 낮아져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시켰다.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곧바로 7거래일간의 정리매매가 진행되고 정리매매가 끝나면 한국유리는 비상장사로 돌아간다. 자진 상장폐지의 경우 회사측의 특별한 소명을 들을 필요도 없고 경영개선기간 부여 등 별다른 논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상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웨이포트의 경우 자진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하고 3주 만에 정리매매를 시작했다. 한국유리도 비슷한 시일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이달 말경에 한국유리의 정리매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정리매매 종목들에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11곳의 정리매매를 동시에 진행했다. 정리매매는 30분마다 주문을 일괄 체결하는 방식 탓에 주가 변동성이 높고 상하한가 제한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단타 투자가 극성을 부렸다. 11개 정리매매 종목 중 하나였던 감마누의 경우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9월 28일 93.10% 폭락했다가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2일 94.84% 폭등했고 3일 재차 21.20% 급락했다. 11개 정리매매 종목들이 널뛰기 장세를 펼치면서 정리매매가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유리의 재무상태는 지난달 초 정리매매를 진행한 종목들과 크게 다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범위제한 등에 따른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들이지만 한국유리는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액 1648억원, 영업이익 80억원으로 탄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이익잉여금도 2346억원이나 쌓여있다.
증권가에서는 우량기업의 정리매매라고 하더라도 극심한 주가 변동성 탓에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웨이포트의 경우 정리매매 첫날 장중 한때 5000원선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결국 정리매매 마지막날 종가는 회사측의 공개매수가인 1650
증권가 관계자는 "보통의 주식은 매수하고 난 뒤 주가가 하락해도 다시 오를 때를 기다릴 수 있지만 정리매매는 상황이 다르다"라며 "비상장사가 된 상태에서도 주주의 지위가 유지되지만 주식을 팔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투자에 매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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