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매경DB] |
단지 내 신설학교 용지에 용산구 명문으로 꼽히는 보성여중·고 유치를 적극 추진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연구용역 결과 초등학교 과밀학급 문제·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사실상 '불가' 결론을 낸 것이다. 주민들은 학군이 주거환경과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끝까지 포기 못 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과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이하 교육청)은 지난 7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단지 내 학교 용지(약 1만6000㎡ 규모)에 보성여중·고 유치가 불가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용역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발표회를 진행한 것"이라며 "주민 여론 등 여건을 함께 고려해 이달 중순 이후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주택재건축 사업은 기존 5930가구 아파트단지가 1만2000여 가구 '미니 신도시급' 단지로 탈바꿈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이다. 지난해 5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고 올 초 주민 이주까지 끝나 현재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주민 기대와 달리 교육청 내부 방침은 사실상 '이전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용지에 초등학교 대신 고등학교를 세울 경우 기존에 있는 둔촌초, 위례초의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단지에 위치한 둔촌초, 위례초는 올 3월부터 휴교 상태로 재건축이 완료되면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교육청은 두 초등학교만으로는 재건축으로 크게 늘어나는 가구의 초등학생 자녀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여학교는 인근 남녀공학 학교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단지의 높은 땅값도 보성여중·고 이전의 걸림돌이다. 사립학교인 보성여중·고가 이전하려면 학교법인(동성학원)이 이전 예정지를 미리 사둬야 하는데 만만찮은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학교 용지와 건물을 팔고 그 매각 대금으로 새로 용지를 구해야 하는데 학교법인이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보성여중·고 측은 학교 용지 1만6000㎡ 중 일부(약 1만㎡)만 매입해 학교를 짓겠다는 의견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최근 용산구의 학령인구(만 6세부터 만 21세)가 크게 줄고 있는 만큼 둔촌주공 이전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이다.
재건축 조합과 주민들은 교육청 연구용역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교육청이 이미 초등학교 설립 쪽으로 방향을 정해 놓고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내놓을 용역업체를 선정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곧 대의원 회의를 열어 용역 결과에 어떻게 대응할지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이미 탄원서가 4000장 이상 들어올 정도로 주민들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사례는 과거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이 중학교 신설을 놓고 겪은 갈등과 성격이 비슷하다. 주민들은 왕십리 뉴타운 부근에 중학교가 없다는 이유로 중학교 신설을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의 학령인구가 갈수록 감소한다는 이유로 중학교 대신 고등학교 설립을 강행해 현재도 주민들 불만이 높다.
여학교 유치 건이 결국 실패로 끝날 경우 재건축 입주권 시세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둔촌주공이 보성여중·고 유치에 성공할 경우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9·13 대책 발표 이후 입주권 거래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