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대출에 동의를 안 했다고요?"
청천벽력 같은 말에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주인과 협의해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1억원이 넘는 나머지 돈을 융통할 길은 없었고, 계약은 결국 없던 게 됐다.
A씨가 보증금 1억5500만원에 경기도 군포의 한 빌라에 입주하기로 계약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10%인 155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자금과 1억2000여만원의 대출을 더 해 잔금을 보낼 계획이었다.
집주인은 전세대출을 받겠다는 A씨 말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A씨와 부동산 중개인이 거듭 설득한 끝에 계약서에 '임대인은 임차인이 전세자금 대출받는 데 협조키로 함'이라는 특약을 겨우 넣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집주인은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은행에서 '대출에 동의하느냐'는 전화가 올 때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그렇게 계약이 깨지고 난 뒤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A씨 탓을 하며 계약금 반환을 거부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계약금의 두 배인 3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에 들어갔다.
17일 공단에 따르면 A씨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집주인의 잘못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계약금
법원은 "계약서에 '대출 협조'의 구체적 범위가 기재되지 않아 다툼의 소지가 있었고, 집주인이 고령으로 전세대출 과정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계약금과 별도로 요구한 손해배상액 1550만원을 450만원으로 감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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