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1조933억원으로 10월보다 4조1736억원 늘었다. 증가액만 보면 DSR 규제를 피하려는 마지막 수요가 몰렸던 10월(2조126억원) 대비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만에 4조원 넘게 늘어난 것은 2016년 8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566조3473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5474억원 늘었다. 3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이 1514조4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전체 가계 빚 중 3분의 1이 5대 은행에 몰려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DSR 규제가 기존에 강제력 없는 자율규제에서 은행들이 꼭 지켜야 하는 의무규제로 바뀐 10월 31일을 기점으로 주택담보대출 상승 속도가 확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DSR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주의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이 비율이 70%를 넘는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위험대출로 보고 승인을 꺼리기 때문에 규제가 시작되는 10월 31일 이전에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몰리기도 했다. 이런 예상과 달리 규제 직후인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진 원인에 대해 은행들은 우선 전세대출이 늘어난 것을 꼽는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에는 주택매매 시 필요한 구입용 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충당할 때 쓰는 전세자금대출이 섞여 있다.
현재 집계가 가능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 전세대출은 지난달 전달보다 1조7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농협을 포함하면 약 2조원이 되는데, 이는 같은 달 주택담보대출 전체 증가액 중 절반을 차지한다. 국민은행에서는 11월 한 달간 전세대출이 약 8766억원(추정치) 늘었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3배 많을 뿐 아니라 월별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를 계산할 때 전세대출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 영향을 안 받았다"며 "최근 주택매매 시장이 거래도 뜸하고 상승세도 주춤하니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대출 규모도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대출과 관련해서 최근 2주택 이상 보유 가구는 전세보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제한이 생겼지만 전세시장은 아직까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도하다 보니 실제 이런 제한 때문에 전세대출을 못 받는 사례는 드물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찾는 집단대출이 4분기에 집중된 영향도 있다. 올해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 48만가구 중 4분기에 풀린 물량은 18만가구에 달한다. 덕분에 11월 5대 은행 집단대출은 10월에 비해 1조5996억원 늘었다. 일부 은행에는 규제 전 대출 승인을 미리 받아 놓으려는 가수요도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신용대출은 반대로 DSR 영향에 증가액이 전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3101억원으로 10월 대비 1조82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월 증가액은 2조1171억원이었다. DSR를 계산할 때 신용대출은 상환 방식과 상관없이 총 10년간 갚는 대출로 보고 대출 총액의 10분의 1을 연간 상환액으로 잡는다. 여기에는 직장인 신용대출뿐 아니라 마이너스 대출도 포함된다. 본격적인 규제 시행으로 대출이 막힐 것을 걱정해 우선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한 늘려 놓으려는 수요가 제도 도입 직전인 10월 한 달간 몰리면서 DSR
■ <용어 설명>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정도를 말한다. 기존 대출이자와 원금까지 계산해 상환 능력을 따지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할부 등을 합산해 연소득 대비 대출 한도가 정해진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