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신년기획 아시아 디지털금융 혁명 ◆
'핀테크 갈라파고스'의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업계가 우선 기대하는 분야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법제화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다.
오는 4월부터 이 법이 시행돼 핀테크 기업이나 금융사가 신청한 서비스가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되면 2~4년간 금융법상 인허가와 영업행위 규제에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고 해서 '샌드박스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빅데이터와 관련한 마이데이터 사업도 기대되는 것 중 하나다. 국내 빅데이터 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정보 활용이다.
개인이 동의하지 않을 때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 주체인 개인이 동의하면 정보를 활용해 신용·자산 관리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러한 정보가 폭넓게 활용되면 개인으로서는 더 낮은 대출금리, 더 저렴한 보험료, 더 많은 카드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인터넷은행은 빅데이터를 통해 금융거래가 거의 없는 사람에게도 중금리대출을 해주면서 일반 은행의 10분의 1 수준의 부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보험사 프로그레시브는 운행습관 등 빅데이터 정보를 분석해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해 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데이터 정부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의료와 유통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금융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가능하다"며 "고객을 중심으로 한 금융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이니스트는 데이터 분석 자산관리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인 뱅크샐러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개선돼야 할 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실명제법이다.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개인 계좌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금융사에 정보 권한이 과도하게 주어졌고, 은행이 가진 정보 단위가 계좌 단위로 세분화돼 있어 정보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 특정 규정만 손질할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점'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감독당국이 신산업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성장을 돕기 위한 시장 친화적인 '규제 서비스'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15년 국내 최초의 개인 간 거래(P2P) 대출업체인 8퍼센트가 영업 초기 사이트를 폐쇄당한 일은 핀테크 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대부업 등록 준비 중에 지인들에게 시범서비스를 했다는 이유로 미국 등에서 이미 검증된 핀테크
[기획취재팀 = 이승훈 차장(팀장) / 이승윤 기자(중국 상하이·선전, 홍콩) / 김강래 기자(싱가포르, 태국 방콕) / 정주원 기자(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