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KCGI와 연대 여부를 이번주 결정할 예정이어서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KCGI는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이날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과 한진 및 이들 기업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했다"고 밝혔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0.81%와 계열 물류기업 (주)한진 지분 8.03%를 보유하고 있다. KCGI는 한진칼과 (주)한진 지분 확보를 통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를 상대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의견을 조 회장 일가와 회사 경영진에 비공개로 전달했지만 조 회장 측과 회사 경영진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 공개 제안에 나섰다"고 밝혔다. 공개 제안과 함께 KCGI는 웹사이트 '밸류한진'을 개설해 소액주주 등을 규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KCGI의 공개 제안은 크게 세 가지다. 한진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 체제 확립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회복 등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 등에 대한 사전 검토 심의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한편 해당 위원회 구성을 KCGI 추천 사외이사 2인 등 총 6인으로 구성하라는 요구가 첫 번째다.
다음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 5개년 계획 수립을 제안했다. 한진그룹은 2014년 신용등급 'A-'로 우량한 신용도를 자랑했지만 한진해운 인수 이후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하며 현재 'BBB0'로 신용등급이 두 단계 하락한 상태다. KCGI는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호텔사업 투자·확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부동산 등 유휴자산 매각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고객 만족도 개선을 위해 그룹 일반 직원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상설화하고 이들의 의견을 경영에 적극 반영하라고도 했다.
한진그룹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KCGI 측 요구에 대해 내부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모양새다. KCGI가 언급한 송현동 용지(1만1000평(약 3만6000㎡)·3630억원) 등 그룹 소유 부동산에 대해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향후 사업별 전략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일방적인 매각은 어불성설'이라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 체류 중인 조 회장에게 이날 KCGI의 공개 요구안을 보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항공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한진그룹의 향후 움직임은 3월 정기 주주총회 전 경영 쇄신안 발표 가능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KCGI의 동시다발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결국 (한진그룹) 선택지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소비자 신뢰 기반을 다지는 고강도 쇄신안일 것"이라며 "특정 외부 세력 요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뼈를 깎는 쇄신안을 주총 전 발표하고 당당하게 평가를 받는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을 대상으로 강성부 펀드(KCGI)의 행동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민연금의 향후 대응에도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 견제 목적을 위해 국민연금이 KCGI와 연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나 위임장 대결 등 경영 참여형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로, 그룹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 지분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을 오는 2월 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 이에 앞서 민간 전문가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와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주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주주제안 등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한 의사결정이 주주총회일 6주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KCGI 측은 한진그룹과 '일합'을 겨루기 위해 다양한 논리와 새로운 해결 방안을 들고나왔다. 당초 업계에서 유력시해 왔던 호텔사업 구조조정, 유휴 부동산 매각 방안 등과 더불어 그룹 계열사 토파스여행정보 기업공개(IPO), 대한항공의 정비사업 부문인 항공우주사업부 분사 뒤 IPO 등이 해결책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는 총자산 1조200
[한우람 기자 / 이재철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