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를 비롯해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카카오뱅크 등도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올해 중금리대출 시장은 은행권 소매금융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법이 정교해지고 신용평가가 고도화하면서 중금리대출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연합회의 월별 '신용대출 금리구간별 취급 비중' 공시를 보면, 지난해 신용대출 가운데 연 6% 이상인 중금리대출 비중은 케이뱅크가 평균 33%로 가장 높았다. 이는 국내 6대 은행인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총 8개 은행을 분석한 결과다. 2위는 KEB하나은행(21.2%), 3위는 IBK기업은행(19.8%)이 차지했다. 신한·KB국민·우리은행은 평균 10% 내외로 대동소이했고, NH농협은행은 평균 4.2%, 카카오뱅크는 평균 1.3%에 그쳤다. 이 자료는 각 은행에서 실제 실행된 월별 일반신용대출 전체 취급액 중 금리구간별 대출 취급액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3% 중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중신용자는 연 6~10% 금리로 대출받았을 것으로 본다"며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중·소상공인이나 사회 초년생, 농림·어업인 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은행권 중금리대출은 중신용자에 대한 연체 리스크를 예측·관리할 역량과 정보가 부족한 탓에 주목받지 못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중금리대출 활성화 간담회에서 이를 두고 "일종의 시장 실패"라며 "민간 중심의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정책보증 상품인 사잇돌대출 등이 2016년 출시되면서 민간 금융권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 체계를 갖춰온 점이 그 발판이 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9481억원에 불과했던 민간 중금리 공급액은 지난해 상반기 4조5000억원으로, 1년 반 만에 5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6% 이상 중금리대출을 내주면 '대형 은행이 고금리 영업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꺼렸지만 최근에는 신용평가 시스템이 고도화하고 금리 공시도 세분화하면서 이 같은 평판 리스크가 줄었다"고 소개했다.
중금리대출을 새 먹거리로 삼기 위한 핵심은 정교한 대출심사 모델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신용평가 모델, 통신요금이나 공과금 납부 내역·유통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도 신용정보가 부족한 이른바 신파일러(Thin Filer)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촉매'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기존에는 금융사 거래 이력, 소득,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 일부 금융 관련 정보에만 의존했지만 주주인 통신사 KT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것이 심사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객 동의를 받아 해당 고객의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 할부금 납부 내역, 이용요금제 이력, 해외로밍 빈도 등 각종 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케이뱅크는 '슬림K 신용대출'을 최대 5000만원 한도까지 운영 중이다. 통상 다른 은행 한도가 1000만~2000만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작지 않은 차이다.
아직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지 않아 취급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카카오뱅크도 올해 자체 상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는 서울보증보험 보증으로 제공한 중금리대출이 잡히지 않아 실적이 미미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부 대출을 포함하면 카카오뱅크의 4등급 이하 중금리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출 잔액 9조원 중 약 19% 수준인 1조7000억여 원"이라며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중·저신용자 대출 정보를 모았고, 카카오의 유통 데이터 등 비금융 데이터도 결합해 민간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도 상반기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용어 설명>
▷ 중금리대출 : 시중은행의 연 3~5% 대출을 이용하는 고신용자와 저축은행·대부업체의 20%대 고금리대출에 내몰린 저신용자 사이에 놓인 중간 정도 신용을 가진 사람(신용등급 4~6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이다. 금리 수준은 은행권 10% 미만, 저축은행 19.5% 미만 등 업권별로 다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