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수소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의 연료전지시스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 = 울산시 제공] |
지난 1월17일 수소차 경쟁 로드맵을 발표하기 위해 울산 시청 방문 당시
"남북 간 경제협력이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금강산 관광"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최근 증권시장의 화두는 대통령의 '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관련 분야 종목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수소차'·'금강산' 등 분야도 다양하다. 정부의 구상하는 계획안 중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언급한 만큼 향후 성장성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하지만 일시적 호재이슈에 편승한 단기 투기 세력이 몰리면서 하루 만에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도 발생해 고점에서 올라탄 투자자들의 '성토의 밭'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시장의 상승 종목은 대북 경협주였다. 유람선 여객업체 한창과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각각 가격제한폭(30%)까지 도달하면서 장중 상한가에 진입했다. 연초 1800원대 머물렀던 한창은 3470원까지 오르면서 90% 가까이 급등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역시 700원 대에서 12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들이 때아닌 주가 호재를 맞은 것은 전일 등장한 '금강산 재개' 소식 덕분이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종교지도자 대상 오찬 간담회를 열고 "남북 간 경제협력이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금강산 관광"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직접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대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에 앞서 금강산 사업 활로가 먼저 열릴 수 있다는 예측에 대표적인 여객·운송 업체인 한창과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실제 한창은 지난해 6월 강원도·위플러스자산운용과 '평화크루즈·환동해권 해상관광물류 사업'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남북 교역이 시작되면 속초-원산-청진-나진 크루즈 페리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협약서다. MOU를 맺은 지 반년 이상 흘렀으나 문 대통령의 금강산 발언을 기점으로 회사의 잠재 가치가 재조명 받은 셈이다.
관광 사업 호재에 힘입어 다른 대북 경협주도 덩달아 상승했다.
같은 시간 아난티(9.88%↑), 대명코퍼레이션(3.83%↑), 아시아종묘(3.38%↑), 신원(1.41%↑), 현대엘리베이(2.87%↑), 현대로템(1.94%↑), 좋은사람들(1.09%↑), 조비(1.69%↑), 대유(0.23%↑)등 관련주도 함께 올랐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가파른 오름세만큼 이나 하락폭도 컸다. 단기 호재에 집중한 투자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금강산 사업과 관련해 실질적인 사업계획을 갖고 있던 한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협종목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아난티가 전거래일대비 3.37%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아시아종묘(8.22%↓), 신원(3.13↓), 대명코퍼레이션(2.73%↓), 용평리조트(5.15%↓), 조비(4.32%↓), 좋은사람들(2.15%↓), 현대엘리베이(2.39%↓)등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수소차 테마주 역시 롤러코스터를 타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17일 울산시청에 방문한 문 대통령이 수소차 홍보모델을 자처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이른바 '수소차 관련주'가 부상했다. 분류된 종목들은 50% 이상 급등하는 등 때아닌 호재를 맞았다. 수소차 분야를 견인하는 현대차를 비롯해 차량 부품 제조업체와 수소 충전, 보관 등 종목들이다. 이외에도 수소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기업들의 너도나도 알리기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수소차 광풍이 불기도 했다.
자동차공조부품 및 전지전장부품 업체 성창오토텍은 당일 29.70% 상승했다. 또다른 부품제조사 유니크도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수소차 연료전지 개발업체 에스퓨얼셀과 수소 충전소 사업을 하는 이엠코리아 등도 큰 상승폭을 보였다.
그러나 기업 본연의 성과와 무관하게 대통령 언급으로 호재를 맞았다가 상승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인다. 대표적인 수혜종목으로 꼽히는 유니크는 1만2000원대까지 오르다 한달새 9000원대로 가라앉았다. 같은 기간 에스퓨얼셀은 50% 가까이, 이엠코리아는 1만200원에서 현재 8660원에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주는 일시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릴 수 밖에 없다"라면서도 "하지만기업의 실적이나 신용 등 펀더멘탈과는 무관한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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