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어려운 노사 협상을 마치고 전열을 재정비한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지주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안정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 등과 함께 올해 금융시장 주도권을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낙점된 지성규 내정자는 오는 21일 KEB하나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2001년 홍콩 근무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1월 글로벌 담당 부행장직을 맡기 전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중국에서 보낸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지 내정자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시기가 조금 민감해서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밝혔다. 당장 말은 아꼈지만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정리하고 은행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는 분명하게 내비쳤다.
지성규 내정자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지주 전체 수익의 40%를 해외에서 거둔다는 '2540' 전략 목표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이미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영업점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 각각 영업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급 임원을 한 명씩 현지에 상주시키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네이버 라인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모바일 페이 시장에 진출했으며 베트남에서는 현지 4대 국영 상업은행 중 한 곳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인수도 추진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는 해외에서 일반 사원부터 은행장까지의 단계를 직접 거친 인물"이라며 "중국 정·관계 인맥도 끈끈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KEB하나은행의 글로벌 전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 내정자는 소문난 워커홀릭으로 통한다. 중국 선양지점에서 근무할 때 매일 새벽 4시에 차를 몰고 베이징으로 달려가 점심시간에 예비고객들을 만난 뒤 한밤중에 선양으로 돌아오는 일을 1년간 반복했을 정도다. 두 도시는 고속철도로 편도에 5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그 결과 지 내정자는 부임 첫해 순대출자산 7600만달러를 기록해 당초 목표치를 250% 초과하는 실적을 거뒀다.
당시 다른 은행 지점장들이 중국 금융당국에 "선양지점이 베이징에서 영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을 정도다. 2007년 하나은행 중국법인 설립을 진두지휘할 때는 격무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한국으로 실려오기도 했다. 담당 의사가 장기간 요양이 필요하다고 충고했지만 지 내정자는 "내일이 법인 설립식이 열리는 날"이라며 그 길로 베이징으로 돌아가 행사에 참가했다.
이에 맞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38년이 넘는 금융사 경력 가운데 18년 이상을 일본에서 보낸 자타공인 '일본 전문가'다. 오는 26일 신임 신한은행장으로 취임 예정인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의 창립 근거지인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차장으로 근무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여신심사부 심사역, 자금부 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이후 2008년 다시 오사카지점장과 일본법인인 SBJ은행 부사장, 법인장까지 지내며 10여 년 연속 일본에서 근무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장기 경영 방침인 '2020 프로젝트'에 발맞춰 그룹 내 글로벌 손익 비중을 20%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각국 경영 내실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글로벌에서만 연간 당기순이익 321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총 당기순이익 2조2790억원 중 14%를 해외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추가로 진출국을 늘리기보다 기존에 진출한 20개 국가에서의 내실화를 통해 수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내정자 역시 성실함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일본에 근무하는 기간 동안 단 하루도 집으로 곧바로 퇴근한 날이 없을 정도다. 그 결과 2009년에는 현지 은행인 SBJ은행이 외국계 은행으로는 두 번째로 일본 금융청의 인가를 받아 출범할 수 있었다. 이후 SBJ은행이 일본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해 단기간에 성장한 것도 당시 부사장직을 맡아 일본 내 영업을 진두지휘한 진 내정자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폐쇄적인 일본 금융권에서 외국계 은행이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은 진 내정자 특유의 리더십과 친화력 덕분"이라며 "진 내정자는 신한금융이 추진 중인 글로벌화를 이끌 최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이 두 행장의 경영능력을 엿볼 수 있는 심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은 국내 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키움증권과 각각 손잡고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수익성뿐 아니라 기존의 보수적인 은행이 2030 고객층을 확보하는 채널로서 각 은행들이 뛰어든 상황"이라며 "미래 전략에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두 행장도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26~27일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최종적으로 1~2곳의 신규 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만약 인가권 획득에 실패할 경우 혁신성·편의성 등에서 다른 은행보다 뒤처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두 은행 간에 은근한 자존심 대결이 한창이다.
두 행장에게는 또 행장 선임 과정에서 조직 안팎에서 불거진 잡음을 수습하고 임직원 단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주어져 있다. 지성규 내정자는 행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KEB하나은행과 금융감독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도 주어진 숙제다.
신한은행에선 1년 연임이 예상됐던 위성호 행장이 갑작스레 2년 단임으로 임기를 마치게 되면서 인사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말 인사 발표 이후 3개월째 행장 인수인계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위 행장
[김동은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