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화학처리 과정에서 폐수 등 유해물질 배출이 불가피해 이런 기업이 입주하는 곳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폐수 배출시설, 약취 방지시설, 소음 방지시설 등 깐깐한 시설 조건을 갖추고 영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천 표면처리지식산업센터(사진)는 '뿌리산업'으로 국내 제조업에 필수 불가결하지만 유해물질 관리가 어려운 표면처리 산업 집적화와 안전한 관리를 위해 출발했다. 표면처리 업체는 인천지역에만 약 550개, 수도권 전체로는 2500여 개가 흩어져 있다. 이 센터는 용지 2만6400㎡에 연면적 15만㎡, 지하 1층~지상 8층으로 대규모 공동대기설비(스크러버), 폐수처리장 등 환경설비와 함께 기숙사,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춰 국내 최대 표면처리센터로 자리 잡았다. 대지비, 건축비, 각종 환경시설 등에 총 1800억원이 투자됐다.
입주기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입주기업 A사 관계자는 "제대로 된 공장을 갖춰 떳떳하게 영업하면서 환경단속 때마다 가슴 졸이던 불안감이 사라졌다"며 "폐수처리 비용도 최신식 시설로 인해 크게 절감됐다"고 말했다.
대구 불산 누출사고 발생 이후 환경부는 2015년 1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제정하면서 2017년 12월 말까지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들이 사고에 대비한 제반 설치를 갖추고 자진신고를 통해 영업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센터는 당초 수도권 곳곳에 3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에서 이런 환경설비 기준과 영업허가를 맞추기가 어려운 만큼 기업 호응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입주 1년이 훨씬 넘었지만 총 216개실 중 입주기업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130개 수준으로 아직 '공실'이 상당하다. 인천 표면처리센터 개발투자사인 서진디앤씨의 조항필 대표는 "제조업 경기도 예전만 못한 데다 무엇보다 정부의 법 시행 의지와 단속 의지가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관법을 준수하기 위해서 투자비가 적게는 수천만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이 요구되고 절차와 과정도 복잡하다. 이로 인해 자진신고와 영업허가가 극도로 저조하자 정부가 해당법 시행을 올해 5월 21일까지로 유예하고 자진신고 기간을 둔 상황이다. 조 대표는 "작년 5월 정부가 법 시행을 유예하자 입주 문의가 '뚝' 끊긴 상황"이라며 "지역 내 미신고 업체 사이에서는 '또 미뤄지겠지'란 심리도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2만8122곳 중 영업허가를 취득해야 하는 유해화학물질(933종) 취급 사업장은 절반 정도인 1만4676곳(2018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반면 영업허가 자진신고 사업체는 그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억 원을 투자해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로 옮겨 온 업체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작년 센터에 입주한 B사 관계자는 "기존 공장을 버리고 옮겨오면서 시설비 수억 원을 투자해 매월 이자 수백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그런데 법 시행을 앞두고 단속도 제대로 하지 않아 법을 지킨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