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된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주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한 내 '적정' 의견을 받은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현 방안에 더해, 다음해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도 상장이 유지되는 방향이다.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으로 6개월을 부여하고,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안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 금융위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나올 예정이다.
감사인의 감사의견은 크게 적정과 비적정으로 나뉜다. 적정 의견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적정하게 작성됐음을 의미한다. 반면 비적정 감사의견은 다시 한정과 부적정, 의견거절로 나뉜다. 한정 의견은 부분적으로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며, 부적정은 재무제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의견거절은 감사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11항은 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이나 의견거절, 한정인 경우 기업의 상장을 폐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경우 거래소에서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통상 3~5개월의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정해주는 형태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돼 왔다. 2017년 4건에 머물렀던 비적정 감사의견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지난해 20건까지 늘었다.
현재 유력한 방안으로 결정될 경우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더라도 다음해 감사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는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기간 주식 거래는 불가능하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되며, 매매 거래 정지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돼야 한다. 만약 다음해 감사보고서도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현행 제도처럼 재감사보고서를 내는 방안도 유지될 전망이다. 즉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이 상장폐지 사유를 없애기 위해서는 다음해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거나 당해연도에 적정 의견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기업의 주권 매매 거래를 빨리 재개시키는 게 목적인 기업은 재감사보고서 제출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기업들이 재감사보고서 제출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 역시 이번 개정안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감사보고서 제출을 위해서는 회계법인에서 다시 감사를 받아야 하고, 재감사비용 또한 추가로 들어간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코스닥 기업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재감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회계법인만 이득을 본다. 많은 코스닥 기업에는 재감사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코스닥 상장사들의 재감사 비용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새 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결과다. 새 외부감사법 적용 이후 첫 감사보고서가 곧 나온다. 새 외부감사법 체제에서는 기존에 비해 감사 시간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부실감사 시 회계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비교적 한계기업이 많은 코스닥 시장의 경우 회계법인의 감사가 강해지며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원이 거래소 상장폐지에 제동을 건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는 이후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지정한 재감사보고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