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3월 22일(15:59)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한진칼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운명은 '우선하여'에 대한 법원 해석에서 엇갈렸다. 서울고등법원이 '우선'의 사전적 정의를 1심과 다르게 내리면서 한진칼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다음주 개최되는 한진칼 주총에서는 KCGI의 제안 내용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1일 한진칼이 '안건상정 가처분인가 결정'에 불복해 항고한 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소유 주주인 KCGI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상장사 특례 요건에 따라 6개월 이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항고 업무를 대리한 곳은 법무법인 광장이었다.
앞서 한진칼은 회사의 2대 주주 KCGI(12.80%)의 지분 보유기간이 짧아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KCGI가 지분 취득을 위해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의 등기 설립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지분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다. 상법 제542조의6(소수주주권)에 따르면 상장회사가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6개월 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반면 KCGI는 상법 제363조의2(주주제안권 관련 일반규정)의 요건을 갖춘 만큼 주주제안이 적법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요건에 따르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이상을 지닌 주주는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까지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KCGI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15년 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내세웠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6개월 보유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상법 일반 규정상 요청을 갖추면 소수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달 28일 1심 재판부는 KCGI의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한진칼 측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게 됐다. 법원은 △상법 개정 연혁 및 과정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상장회사 특례조항 입법취지 등을 바탕으로 한진칼이 제시한 법적 근거가 상법 제363조의 2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별규정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법원은 '우선하여'의 사전적 의미를 강조했다. 1심 결정에선 '먼저', '어떤 것에 앞서서'란 의미의 우선(于先)으로 해석했지만 2심에서는 '앞서 다루어지거나 특별히 여겨진다'의 우선(優先)으로 받아들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예문과 한자 차이를 종합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절은 이 장 다른 절에 우선하여 적용한다"라고 명시된 상법 제542조의2 제2항을 특례조항으로 해석했다. KCGI 측의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한진칼의 항고를 인용하면서 KCGI의 재항고는 사실상 실익이 없어졌다. 빨라야 내년 주주총회 때나 표대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오는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