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어가는 도시 서울 ③ ◆
서울시가 오는 7월부터 약 700~800가구(연면적 10만㎡ 이상) 중소 규모 아파트단지 재건축에도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하면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규제 대상이 되면서 사업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늘어나고 비용도 수억 원가량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집값 잡기 수단으로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을 사실상 틀어막고 있는 가운데 틈새에서 속도를 내던 중소형 단지마저 재건축이 지연될 경우 서울 전반의 중·장기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시 경쟁력 1위로 꼽히는 미국 뉴욕이 심장부인 센트럴파크 옆 민간 초고층 개발을 지원해 최고급 주택을 지은 후 전 세계 부호를 끌어들인 뒤 사업 이익과 세금으로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있는 사례를 서울시가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우성1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환경영향평가 업체를 선정하는 입찰공고를 지난달 15일 냈다. 이 아파트는 710가구(연면적 12만㎡) 규모 중소 단지여서 재건축 때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시가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개정한 이후 새롭게 대상으로 추가됐다. 해당 재건축조합은 예상하지 못했던 환경영향평가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7월부터 공동주택(아파트)을 포함해 연면적 10만㎡ 이상 모든 건축물에 사업시행인가 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지난 1월 밝혔다. 기존에는 사업면적 9만~30만㎡ 규모 재개발·재건축 단지만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었다. 사업면적 최소 기준인 9만㎡는 연면적으로는 27만㎡(용적률 300% 적용 시)에 달하는 규모로 개발 예정 가구 수가 2000가구 이상 되는 대규모 단지다. 시는 아파트를 포함한 복합 건축물과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건축조합이나 건설업계에서는 "중소 규모 아파트단지도 재건축사업 진행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이 늘어나게 됐다"며 "재건축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병귀 대치우성1차 재건축조합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갑작스러운 규제를 더한 것은 재건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려면 제출할 서류만 수백 쪽이어서 물리적으로 준비하는 시간만 1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도곡동 개포한신 재건축조합도 갑작스럽게 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역세권에 위치한 도곡개포한신은 현재 지상 9층 높이 소규모 단지로 858가구(연면적 15만㎡)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2017년 말 조합 설립 때부터 무수한 재건축 규제가 쏟아졌다"면서 "특히 환경영향평가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어서 막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환경영향평가 대상 확대에 따라 내년까지 재건축 연한 30년이 도래하는 서울 아파트단지 가운데 약 90개 단지(약 10만가구)가 향후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안전진단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올해
■ <용어 설명>
▷ 환경영향평가 : 사업자가 개발사업을 시행할 때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예측·분석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사업 계획에 미리 반영하는 제도.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