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최근 대형 M&A 경쟁에서 승자가 됐던 기업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인수한 업체를 되팔거나 알토란 같은 계열사를 떼어내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엄성섭 기자입니다.
【 기자 】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굵직한 M&A에 성공하며 재계 순위 8위로 뛰어오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금호생명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입니다.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올 상반기에 이자비용만 687억 원을 지출했고, 대한통운을 인수하는데 앞장선 대우건설도 646억 원을 이자로 지급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렸습니다.
레미콘 업체였다가 서울증권과 하이마트를 인수하며 재계 30위권으로 급부상한 유진그룹도 유진증권 등 계열사 매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무려 스물세 차례의 M&A로 재계 26위로 수직상승했던 이랜드그룹 역시 홈에버를 인수한 지 5년 만인 지난 5월에 재매각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건설중장비 회사인 밥캣을 49억 달러에 사들였던 두산그룹도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때 성배를 들었던 것처럼 보였던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올라 재정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은행 대출이나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자신들의 덩치보다 큰 기업을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수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난 것입니다.
▶ 인터뷰 : 성진경 / 대신증권 팀장
- "대형 M&A를 통해서 몸집을 불려온 기업들이 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자 부담이 높아지고 세계 경기가 안 좋아져서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자회사를 매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M&A 때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기보다는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다는 점도 부작용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세계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기대를 가졌던 M&A가 성배가 아닌 독배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엄성섭입니다.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