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어가는 도시 서울 ⑤ ◆
■ 사회 = 김선걸 부동산부장
▷정병윤 상근부회장=지난 7년간 보존 위주로 관리돼 서울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랜드마크가 거의 없어서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마땅히 데리고 갈 곳이 없다. 롯데타워 같은 게 적어도 20개에서 많게는 50개 정도 있어야 된다. 서울이란 도시가 능력도 충분하고 지역적 강점을 갖춘 곳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
▷정창무 교수=박 시장이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많은 도시 실험을 했다. 예전처럼 인프라스트럭처나 경쟁력 위주로 도시를 본 게 아니라 오래된 냉면집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처럼 개발 과정에서 주민 합의를 존중하는 실험을 7년간 한 것이다. 의미 있는 실험이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는 엇갈린다.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현재 초등학생이 성인이 되는 15~20년 후에 지금 서울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김승배 대표=도시 개발을 논하는 데 있어 단순히 시장 한 명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울의 근본 문제는 도시계획상 긴 흐름의 프레임이 없다는 점이다. 선진 도시는 약 80%가 긴 흐름을 그대로 지켜가고 나머지 20% 정도만 정책권자에 따라 달라지니까 지역에 따라 특성화된다.
―박 시장이 그간 비전 있는 정책에 도전하지 못한 이유는.
▷정 교수=재개발을 추진하면 표가 떨어진다. 토지주 편을 들어주면 세입자는 돌아선다. 서울시가 모호하게 얘기하면 지주도 (개발을) 기대한다. 지방정치라는 관점에서는 재개발에 대한 결정은 안 하면 안 할수록 좋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게 최선일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도시 개발이 스스로 이뤄지게 하려면 제도와 메커니즘에 인센티브를 담아야 된다. 상업지역 주거 비율 상향과 준주거지역 용적률 추가 제도는 주변 사업자들에게 물어보면 인센티브 효과가 작동을 안 한다. 이건 제도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제도가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35층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 교수=숫자는 근거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 35층에 대해 서울시는 시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객관적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35층 규제에 대해 서울시가 고민하는 건 풀어줬을 때 민원과 특혜 논란이다. 대안으로 용적률 거래제처럼 층수 거래제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미국에선 공중권(Air Right)이라고 한다. 20층짜리 건물을 가진 사람에게서 공중권을 사면 50층까지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공중권 거래 제도를 도입하면 특혜 의혹을 없애고 형평성 관점에서 민원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정 부회장=정 규제가 필요하다면 그나마 평균 개념으로 35층을 적용하면 된다. 일부는 50층으로 짓고 나머지는 20층으로 짓는 식으로 좀 더 다양하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1인당 대지 또는 대지화가 가능한 면적을 일본 도쿄와 비교해보니 도쿄는 52㎡인데 서울은 27㎡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는 공간밀도를 2배 더 높여야 하는 셈이다. 현재 건설 기술로 따져보면 45~50층이 가장 경제적이다. 영국 런던은 어디에서든 대성당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망권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풀어준다. 서울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만 철저히 지키고 나머지는 풀어줘야 한다.
―용산·여의도 개발을 집값 자극 우려로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뭔가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정 교수=늦어도 한참 늦었다. 용산과 여의도를 서울을 먹여살릴 첨단 산업 집적지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용산과 여의도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집적 경제의 본산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용산·여의도는 대한민국 국운을 좌우할 프로젝트로, 중지를 모아야 한다. 여의도·용산은 시민 공모 개발 주식회사를 만들어 국민주 방식으로 개발해보면 좋겠다. 국민 5000만명이 동일하게 우선주에 투자하고 배당으로 받는 것이다. 그러면 개발 과정에서 사업 특혜 의혹도 없을 것이다.
▷정 부회장=용산·여의도 개발이 성공하려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야 한다. 일자리와 혁신성장으로 풀어야 한다. 주거지 개념이 되면 안 된다. 혁신성장을 통해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고 5G 주도권을 쥘 메카가 된다고 하면 개발할 수 있다.
▷김 대표=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주변에 좋은 주거지가 있어야 한다. 4대문 안은 보존 때문에 (개발을) 누를 수밖에 없는데, 누른 공간만큼을 멀지 않은 용산에 공급하고 4대문 안은 그 재원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계속 묶어 주민 반발이 큰데, 이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은.
▷정 부회장=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제안하고 개발 아이디어를 내서 층수를 높이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그동안 높이 7층, 대지 면적 1만㎡ 이하로 규제했는데 높이 15층, 대지 면적 2만㎡까지 허용해주면 대기업들도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다.
▷김 대표=주로 강북에 있는 뉴타운은 공공 목적에 의해서 재개발을 하는 만큼 공공이 기반시설을 별도로 지원해줬으면 지금보다 사업이 잘됐을 것이다. 강북이 슬럼화하는 데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건축은 짓고 싶은 사람이 그냥 짓게 하고, 개발부담금을 받아 강북에 필요 재원으로 쓰면 된다.
▷정 교수=소득이 적은 어려운 사람들이 불량한 주거 환경에 살면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가난한 사람이 쾌적한 주택에 살면 근로 효율이나 건강도 좋아진다. 주택이 가치재이니까 공공에서 도와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 도시재생 부진한 이유는…가장 중요한 '기업'이 빠졌기때문
―벽화 그리기로 대표되는 도시 재생에 대한 예산 낭비 논란이 제기된다.
▷정창무 교수=도시 재생이 무엇인가. 재생이 무엇인지 그림이 선명하지 않다. 개념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정병윤 상근부회장=도시 재생 제도 입안 단계에서 사실 콘셉트를 잘못 잡은 면이 있다. 인센티브를 줘서 민간이 들어오게 했어야 했는데, 정부가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을 택한 게 잘못이다. 도시재생법에 민간이 주체로 돼 있지 않고, 도시재생혁신지구에도 민간이 사업주체로 안 들어가 있는데, 이를 고쳐야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승배 대표=실질적 일의 동력은 기업에서 나온다. 영국이나 일본도 처음엔 기업을 배제했다가 바꿔서 집어넣은 것이다. 그리고 개발도 재생이라는 인식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경제 기반형은 새로운 공간으로, 가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경제 기반형을 도시재생법에 집어넣고 주민 협의부터 하라면서 족쇄를 채운 것이다. 경제 기반형은 따로 가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에 도시 차원에서 어떤 대응 방안이 있을까.
▷김 대표=미세먼지가 심각해지고 날씨가 겨울엔 더 춥고 여름엔 더 더워지면서 실내 생활이 많이 늘었다. 공조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므로 개발 공간을 크게 키워야 한다.
▷정 교수=미세먼지는 도시계획적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실내 활동이 가능하도록 복합 개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거대한 지하공간을 연결시켜야 한다.
▷정 부회장=학교에 대해서도 반성이 많이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데 지금 학교에 실외 운동장이 꼭 필요한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학교 건물이 하나고 운동도 대부분 실내 체육관에서 한다.
―끝으로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대책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
▷정 교수=우리나라는 토지 이용 규제를 푸는 절차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싱가포르에는 정부 산하 도시재개발청(URA)이라는 기구가 있다. 거긴 지구단위계획이나 교통영향평가까지 모두 끝낸 다음 토지를 매각한다. 사업자는 지구단위계획 용도에 맞는 땅을 사서 개발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정 부회장=도시 개발을 특혜라고 보니까 사업이 잘 안 된다. 특혜 요인을 없애고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도시 재창조를 위한 규제특례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특구로 지정되면 용도지역 등 규제는 모두 폐지하고 민간이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는 정상 이익만 주고, 나머지 이익을 공공이 가져가면 특혜 논란은 막을 수 있다.
▷김 대표=도시 경
[최재원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