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은 최근 지속적인 달러화 매수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미국 경기만 나 홀로 호황을 보이자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인 2.5%를 훌쩍 뛰어넘는 3.2%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 1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로 역성장했다는 지표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더욱 속도가 붙은 양상이다.
여기에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저물가는 일시적"이라며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점도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이끌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긴 점도 이날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지 않는데도 외환시장에서 유독 원화값이 급락하는 걸 보면 시장 참가자들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며 "특별한 대내외 사건이 없는데도 외환 딜러들은 달러 가치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원화값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이날 종가인 1170원은 불과 열흘 전인 지난달 23일 종가 1141.50원보다 28.50원 떨어진 수치다. 지난달 24일 달러당 원화값이 9.10원 수직 낙하한 이후 줄곧 추가 하락을 거듭한 결과다. 앞서 지난 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은 양호하다"고 발언했지만, 이날은 외환당국에서 별다른 구두 개입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향후 달러당 원화값 움직임에 대해선 1170원대가 저점이라는 신중론과 1200원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백 연구원은 "원화값이 1170원을 넘어 1180원 선까지 더 떨어진다면 1200원 저지선을 지키기 위한 외환당국의 경계심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도이체방크는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까지 내려갈
[김덕식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